의협 차기 수장에 강성파 임현택…의료계 의견 통일될까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소아과의사회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차기 수장으로 임현택 소아과의사회장이 당선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이 아닌 ‘감원’을 주장하면서 총파업의 가능성을 비치는 등 대정부 강경 투쟁 의지를 다졌다.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 내 입장들이 분분한 가운데, 임 당선인이 어떤 방식으로 의료계 목소리를 통합하고 정부의 대화 요청에 대응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틀간 치러진 의협 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의협 회원 65.43%(2만1646표)의 지지를 받으며 차기 회장으로 뽑혔다.

임 당선인의 회장 임기는 오는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다. 임기가 시작되려면 한달 남짓 남았지만 임 당선인이 그동안 직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이끌며 투쟁에 앞장설 가능성도 있다. 그는 당선 확정 후 취재진에게 “위원장직을 맡아 (비대위를) 끌고 가는 것에 대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등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정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의대 정원 500~1000명 감축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폐기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 국민의힘 비례 취소를 정부와의 대화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으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 “복지부는 의협을 개원의들의 모임이라고 폄하했지만, 오늘 투표 결과는 모든 의사가 하나로 뜻을 모은 것”이라며 대표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임 당선인은 의협 차기 회장으로서 현재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의협을 정비하고 의대 정원 증원으로 불거진 의료계 대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2000명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접점을 찾기 못하고 있는 데다 의료계 내에서도 전공의와 의대 교수, 의사단체 간 입장 차이가 있어 의정 갈등이 쉽게 매듭지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의료계를 상대로 의정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하는 사이, 의료계에서는 통일되지 않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 의사 단체 모두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정 방침에 반대하면서도 구체적인 요구 조건에서는 주장하는 정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국 39개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의대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전의교협은 의정 간 대화를 위해서는 의대 증원과 배정을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의대 증원 백지화가 곧 ‘0명’은 아니라며 증원 규모에 대한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의교협과 별개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19개 의대 비대위를 대표해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와 의정 협의체를 통한 의료정책 수립 등을 대화 전제로 요구했다.

정작 이번 의료공백 사태의 중심에 있는 전공의들은 묵묵부답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줄곧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아직까지 윤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도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부 전공의들은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와 의료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병원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의대 교수들에 대한 반감도 커 교수 단체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갈등 중재자’로 주목받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어떤 의제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걸로 배제한다면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며 정원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규모 조정을 포함해 대통령실에 중재안을 제안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위원장은 “현시점에서 국민들의 걱정이나 국민들의 건강도 당연히, 이 문제가 국민 건강을 생각해 출발한 정책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한 것이고 대화를 통해 좋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