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나무.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t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올 들어서만 가격이 130% 가량 치솟으며 비트코인 상승률을 앞질렀다. 60여 년 만에 최악의 공급 부족에 직면하면서 조만간 초콜릿, 캔디 등 관련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은 장중 전거래일보다 4.5% 오른 t당 1만80달러(약 1353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0.3% 하락한 9622달러(약 129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CNBC,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약 3배 오르며 비트코인의 상승률(150%)을 앞질렀다. 올해 들어서만 129% 급등을 나타냈다.
코코아 가격 상승은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서 기상 여건 악화와 병충해 등으로 수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특히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최근 폭우와 건조한 더위, ‘흑점병’과 ‘새싹 팽창 바이러스’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열악한 도로 상황으로 그나마 수확한 코코아도 항구로 운송하기 어려워졌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의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코코아 인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8%, 35%씩 감소했다.
ICCO는 “두 주요 생산국이 전 세계 코코아 콩의 약 3분의 2를 공급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생산량 변화는 코코아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콜릿 회사들은 지난해 가격 변동성 헤지 전략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가격 상승을 즉시 전가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코코아 가격이 더 오르면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원가 절감을 위해 제품의 코코아 함량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폴 줄스 라보뱅크 상품 애널리스트는 “세계는 60여 년 만에 가장 큰 코코아 공급 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소비자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CO는 2023~2024작물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카카오 공급 적자(수요-공급)를 37만4000t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전 시즌의 7만4000t 적자보다 405% 증가한 수준이다.
줄스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용이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코코아 가격은 당분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이나 가격은 그대로 두지만 크기와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직면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데이비드 브랜치 웰스파고 농식품연구소 업종 매니저는 당장 오는 31일 부활절부터 초콜릿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달 투자자 노트에서 “코코아 가격과 기타 제조 비용이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은 이번 부활절에 초콜릿 사탕 가격 급등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쉬, 몬델레즈 등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올해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셸 벅 허쉬 최고경영자(CEO)는 2월 실적 발표에서 “코코아 가격이 어디에 있는지를 감안할 때, 우리는 가격 책정을 포함해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들을 사업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몬델레즈는 올해 매출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격 인상이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abc에 따르면 루카 자라멜라 몬델레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가격은 분명히 올해 계획의 핵심 요소”라며 “2023년보다는 기여도가 조금 작겠지만, 평년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부활절이 지나면서 코코아 가격 상승은 소매점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