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자원부국의 꿈, 수소가 이룰 수 있을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자원빈국, 1인당 소득이 아프리카의 콩고·가나보다도 낮았던 1960년대. 배고픔과 가난의 질곡을 벗어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은 처절했다. 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유전탐사까지 지시했고 허망하게 끝나긴 했지만 한 드럼통 분량의 석유가 나와, 한때 국민들은 산유국의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만큼 부국(富國)의 꿈은 절절했다.

20세기를 풍미했던 석유의 시대가 변곡점을 맞으면서, 우리는 한국경제의 족쇄가 되었던 석유가 아닌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희망으로 설렌다. 20년전 미래학자 리프킨 교수는 석유 중심 경제가 수소 중심으로 바뀌는 경제의 대전환과 함께, 수소가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고사회의 근간을 바꿀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계 최고의 시가 총액을 자랑하던 석유회사 엑손 모빌이 다우 지수에서 92년 만에 제외된 것은 이미 10년전의 일이다. 대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에 연간 120만t의 그린수소 생산단지를 만들어 수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매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현대차·보쉬·PACCAR 등 수많은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의 가치를 입증했다.

원자번호 1번,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흔한 물질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도 1000도 이상의 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앞다퉈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모빌리티 분야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확연하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2030년부터 내연차량의 신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그 자리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채워나가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가볍고 3배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니고 있어, 고출력·장거리 운행이 필요한 버스나 트럭과 같은 상용차 시장의 기대가 크다. 도시를 이동하는 소형 항공기(UAM)나 해상 선박, 철도 등에도 가벼운 수소연료가 더 강점이 있다.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미국은 7개 수소 허브 조성에 70억 달러를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고, 세계 15개국이 약 600개 이상의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3만40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한 세계 1위 수소차 생산국으로서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민관합동의 ‘수소경제위원회’를 주축으로 2030 국가온실가스달성목표(NDC) 달성과 탈내연차 시대에 발맞추기 위하여 2030년 수소차 30만대 보급, 충전소 660기 이상 구축을 목표로 하는 수소차 보급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도 열정적이다. 두산에 이어, SK E&S는 4월 인천에 세계 최대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준공한다. 효성도 8월 준공을 준비하면서 수소경제의 근육을 키워나가고 있다.

리프킨이 말한 미래에서는 과거 우리에게 그토록 간절했던 석유가 국가의 성장을 좌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린수소, 블루수소, 그레이수소 등 생산방식을 색깔로 구분할 만큼 당위가 되어버린 수소경제의 시대. 그가 품었던 부국의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고민할 때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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