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두고 美·中 신경전…美 “서비스 제공 말라”vs 中 “협력만이 살길”

지난 2021년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차이나타운 인근 가로등에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동맹국을 향해 “중국에게 반도체 장비 서비스 제공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개방적 협력이 유일한 선택”이라며 호소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촘촘하게 규제하기 위해 동맹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에 특정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 것을 요청 중이라 밝혔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우리는 어떤 것(장비)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것은 제공하지 않는 게 중요한지 결정하기 위해 우리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서비스·부품까지…전방위 압박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연합]

이어 그는 “주요 부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논의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에스테베스 차관은 지난 21일에도 “동맹국들에게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에 강도 높은 규제를 실시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이 군사력 강화를 위함이라며 동맹국들에게 반도체 제조 장비를 비롯해 서비스, 부품 차단을 요구 중이다. 다만 에스테베스 차관은 “우리는 동맹국을 압박하거나 강요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서비스 수입이 막히면 중국은 반도체 공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통제 이전에 중국에 판매한 장비를 유지·보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네덜란드 정부에 요청했다. ASML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노광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호소 나선 시진핑 “개방 멈추지 않을 것”
27일(현지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을 방문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을 가졌다. [로이터]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의식했는지 같은 날 시진핑 주석은 국가 간 협력을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관영 중국중앙방송 CCTV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에서 시 주석은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항상 ‘네가 져야 내가 승리한다’는 흑백논리의 이원적 사고가 낡은 것이라고 여겨왔다”며 미국을 겨낭한 듯한 발언을 했다. 뤼터 총리에게는 “중국은 네덜란드로부터 고품질 제품 수입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공업계·전략학술계 대표단을 만나서도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 전망은 밝다. 우리는 저력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중국은 개혁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개방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CTV는 “미국 대표단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이 필연적이지 않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행보가 외국인 투자자 감소에 따른 것이라며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규제 강화, 미국과의 긴장 고조로 인해 8% 감소했다”며 “이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짐에 따라 이웃 국가들의 ‘눈치 싸움’도 심해질 전망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참여한 일본과 네덜란드에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한편 한국과 독일에도 이러한 대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미국 관리들은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규제를 그대로 따르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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