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부동산PF연체율 상승…건설사 열 중 넷은 취약기업[금융안정상황]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PF 관련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경기가 악화된 가운데 높아진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설사도 늘면서, 건설사 열 중 네 곳은 취약기업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대출잔액 136조…저축은행 PF대출 연체율 7% 가까워

28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1% 늘어난 것으로,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이 묶였던 2022년의 증가세(13.4%)보단 상당히 둔화됐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2.7%까지 올랐다. 2020년 0.6%, 2021년 0.4%, 2022년 1.2% 였던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크다.

특히 저축은행은 1년새 2.1%에서 6.9%로 오르며 한꺼번에 5%포인트 가까이 연체율이 상승했고,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도 이 기간 PF 관련대출 연체율이 2.2%에서 4.7%로 가파르게 올랐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PF대출 증가세가 정체되고 있으나,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PF사업장 관련 잠재 리스크는 다소 증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부동산PF는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직면한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PF사업장 (시행사), 건설사,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계되어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악화 속 건설기업 열 중 넷 ‘취약기업’

부동산 경기 악화도 부동산PF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건설사의 40% 가까이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취약기업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건설사 66곳(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66개 상장 건설기업)의 중위 재무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39.4%가 이자보상배율이 1.0 아래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이자를 내는 데 쓴다는 뜻이다.

전체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 중위값 역시 1.6에 그쳤다. 2021년에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이자비용의 6.4배를 벌었고, 2022년에도 이 값이 2.7을 보였는데 지난해 재무적 위험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부동산 경기 및 건설업황 회복 지연되면 실물경제 영향

한은은 그러나 부동산PF 사업자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실제 부동산PF사업자의 82% 가까이가 저위험 사업자로 집계됐고,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로 금융업권의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및 건설 업황 회복 지연이 실물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이후 반등했던 주택매매가격은 상승폭이 축소되다 12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매매거래량 역시 작년 4분기부터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이면서, 주택매수심리 위축으로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분양주택물량도 지난해 11월 5만8000호에서 12월 6만2000호로 늘어난 뒤, 올 1월 6만4000호까지 확대됐다.

한은은 “PF채무보증 규모가 과도한 일부 건설사들이 유동성 사정 악화로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경우,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거 저축은행 PF사태 시에도 PF사업장 부실과 다수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병행되면서 건설투자가 3년간 감소세(2010~12년 평균 -3.3% 기준)를 기록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PF 사업장에 9조원의 자금을 신규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전일 금융감독원,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취약부문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PF 사업장 보증 공급 규모는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확대하기로 했다. 비(非)주택 사업에도 4조원의 건설공제조합 보증을 도입해 총 9조원을 신규로 공급할 방침이다.

건설사의 유동성 지원에도 나선다. 기존 시장 안정 프로그램 중 약 8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관련 건설사 지원을 적극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부동산 PF 대출 이자나 각종 수수료가 불합리하게 책정되지 않았는지도 점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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