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의고사 제출받아 ‘판박이 문항’ 잡아낸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8일 서울 영등포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교육업체와 교원들이 문제를 사고 파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전부터 시험 종료 후까지 전방위 감시에 나선다.

수능 출제진은 검증된 인력풀 중에서 ‘무작위’ 선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사설 모의고사를 입수해 수능에서 유사 문항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 수능 이의 심사에선 문항 오류 뿐 아니라 사교육 연관성까지 다룬다.

28일 교육부는 ‘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앞선 감사원 발표로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이같은 방안을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앞서 감사원은 사설 모의고사와 2023학년도 수능 영어에서 동일하게 출제됐던 지문을 현재 교원과 사교육 강사들이 거래한 정황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우선 ‘무작위’ 선정 방식을 활용해 출제진 인력풀 검증 및 관리를 체계화한다. 기존에는 EBS가 추천한 위원들 중에서 섭외했으나 올해부터는 내부 전산 시스템을 통해 무작위 선정한다. 평가원이 출제위원의 5배수를 인력풀 중에서 무작위 추천하고, 여기에서 다시 무작위로 순위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인력풀은 교육청과 대학 등 기관들 협조를 받아 출제위원 자격을 갖춘 신규 인력을 사전 검증해 구성한다. 평가원 내에서 자의적인 출제위원 선택이 이뤄질 수 없도록 하는 취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교육에서 영리행위를 하는 사람은 전면 배제한다. 해당 검증은 국세청 소득 증빙 자료를 활용한다. 다만 출제위원 규모 자체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검토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규모를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사교육 업체에서 낸 지문이 수능에 출제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검증도 강화한다. 수능과 사교육 문항 간 유사성 검증은 이전에도 이뤄져왔으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보완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에 공식적으로 자료를 요청해 시중 문제지와 주요 업체 모의고사를 제출 받는다.

향후 발간 예정인 자료에 대해서도 관련 계획을 제출 받는다. 검증 기간도 늘려, 수능 출제 본부 입소 후에 발간 된 자료도 검증 대상에 포함했다.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 유착,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한 검증도 올해 강화한다. 출제진 선정은 검증된 인력풀 내 ‘무작위’ 선정으로 꾸리고 사설 모의고사 입수 범위와 기간을 늘렸다.

기존에 문항 오류에 대해서만 이뤄졌던 수능 후 이의 심사의 경우 올해부터는 사교육 연관성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는 사교육 업체와 유착한 현직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제를 거래한 정황이 최근 사실로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감사원은 해당 의혹과 관련 교원과 학원 관계자 56명을 수사하고 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였던 ‘Too Much Information(TMI)’ 지문이 실제로 이들 간 거래 아래 유출됐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EBS와 협력해서 (수능 연계교재 출간 전에) 감수본을 미리 받아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교육부는 감사원 수사 결과에 따라 검증 강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문항 오류에 대해서만 이뤄졌던 수능 이의 신청은 올해 모의평가부터 사교육 연관성에 대해서도 다룬다.

사교육 문항과 유사성 의혹이 지적된 문항은 현직 교사로 구성된 ‘수능 평가자문위원회’에서 시험 공정성을 얼마나 해쳤는지를 자문한다.

최종적으로 사교육과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된 문항 출제자는 인력풀에서 배제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도 개선을 통해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 간 카르텔을 근절해나갈 것이며, 올해도 변별력을 확보하면서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공정수능’ 원칙을 유지해 수능 신뢰도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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