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서울 마포갑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6일 도화동 삼개경로당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박지영 기자 |
[헤럴드경제=신현주·박지영 기자] “노웅래가 굵직한 것은 없어도 잘잘하게 잘했어. 당을 떠나 인물을 봐야지” (서울 마포구 아현동 거주, 70대 남성 김모씨)
“마포가 좋아 보여도 노후 주택이 굉장히 많다. 노후 주택 재개발 하려면 여당이 낫지 않겠냐”(서울 마포구 아현동 거주, 40대 여성 이모씨)
“보수 성향을 갖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게 싫어서라도 민주당을 뽑겠다”(서울 마포구 염리동 거주, 30대 남성 김모씨)
무주공산(無主空山). 정치권에서는 4.10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을 이렇게 표현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노승환·노웅래 부자가 도합 9선을 하며 토박이 정치를 이어왔지만 민주당은 일찍이 노웅래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하며 그의 5선 도전을 멈춰 세웠다. 이재명 대표를 등에 업은 이지은 민주당 후보가 전격 등판했지만, 노 의원이 공개 반발하며 ‘매끄럽지 못한 세대교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15년 간 세계은행 근무 경력이 있는 조정훈 후보를 ‘마포 맞춤 후보’로 배치했다.
여야 모두에게 ‘탈환지’인 마포갑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표심은 첨예하게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도시개발’을 외쳤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삼개경로당에서 이 후보를 본 시민들은 “밥값을 충당하기도 힘들다. 내가 아닌 경로당이라도 도와달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경로당에 식사를 지원하자는 정책이 나왔다”며 민주당에 투표해달라고 답했다. 마포갑에 오래 거주한 70~80대 주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80대 여성은 “평생 80살이 넘도록 민주당을 뽑지 않은 적이 없다”며 “한동훈도 말이 많잖아. 될 거야”라며 이 후보를 응원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김모씨는 “지난 총선 때는 당연히 노웅래를 뽑았다. 노웅래가 크고 굵직한 것을 한 적은 없어도 잘잘하게 잘했다”며 “똑똑하게 돈을 잘 끌어와서 마포갑을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김모씨는 “그동안 민주당이 마포에서 해온 것이 있기 때문에 지역 현안을 잘 알지 않겠냐”고 했다. TK출신이라 밝힌 그는 “평소 보수에 가까운 성향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며 “의대정원 문제도 총선을 앞두고 이런식으로 강경 추진하면서 또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이 문제다. 여당을 찍으면 국정운영을 못하는 대통령과 여당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텐데 그게 싫어서라도 민주당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조정훈 서울 마포갑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6일 용강동에서 외식업 대표들과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신현주 기자] |
같은날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서 외식업 대표들과 정책 간담회를 가진 조정훈 후보는 “고생하면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며 ‘경제 전문가’ 면모를 과시했다. 조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요청 ▷중소 자영업종 최저임금 자율제 신설 ▷청탁 금지법 식사비 한도 폐지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 면제 등을 약속했다.
조 후보를 만난 외식업체 대표는 “자영업자들이 지금 세금을 내느라 밑지는 상황이 많다”며 “경제 전문가니까 부가세를 5%가 안되면 7%로라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다른 외식업체 대표는 “지금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모든 분위기가 다운되어있다”며 “혁신적 마인드로 새로운 사람이 마포를 변화시켜달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구모씨는 “두 후보 모두 느닷없이 출마한 것 같다. 노웅래였으면 망설임 없이 뽑았을 것”이라며 “K팝 중심도시와 교육특구 중 꼽자면 교육특구가 낫다”고 했다. K팝 중심도시와 교육특구는 각각 이지은·조정훈 후보의 대표 공약이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이모씨는 “소속당이 배경이라기 보다 21대 국회에서 시대전환의원으로서 활동한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마포에는 일부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긴 했지만 노후주택이 굉장히 많고 도시개발이 부진하다. 조 후보가 다음 국회에서 참신한 행보를 마포에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선거운동 전략도 명확히 갈렸다. 이 후보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앞세워 정권심판론을, 조 후보는 ‘개발전문가가 이끄는 도시개발’을 앞세워 개인기를 강조했다. 정부 지원론 대신 지역 현안을 강조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 중 ‘화가 나서 못 살겠다’고 많이 말한다”며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심판하자는 민심이 많이 들리는데 최선을 다해 선거를 뛰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1호 공약으로 “마포가 한류 중심지이기 때문에 유휴지에 K팝 복합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K뷰티 관련 사업장을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부연했다.
반면 조 후보는 “대통령, 서울시장, 마포구청장에 이어 국회의원도 국민의힘에서 나온다면 마포갑은 시의원, 구의원까지 모두 국민의힘이다. 이런 조합은 50년에 한 번 오는 조합”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는 “마포갑에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많이 없어 서대문, 중구, 용산으로 ‘학군 유학’을 간다”며 “저도 아이를 키워본 학부모이기 때문에 마포갑을 교육특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