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앞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 협약 위반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Intervention)’을 요청한 데 대해 ILO가 “대전협에 개입 요청 자격이 있다”고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협 측이 ILO로부터 ‘개입 요청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받은 지 약 2주 만이다.
2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협 측은 전날인 28일 ILO로부터 “대전협이 ILO 제29호에 대한 의견조회 대상자임을 확인하고, 한국 정부에 해당 사항에 관한 의견조회를 요청했다”는 취지로 회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ILO는 대전협 측에 “여러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도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가 지난 21일 “ILO 사무국은 대전협이 의견조회 요청 자격 자체가 없음을 통보했다”며 관련 절차가 종결됐다고 결론 내린 것과는 정반대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ILO의 ‘개입’은 ILO 공식 감독기구에 관한 절차가 아니라 ‘의견 조회’ 형식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대전협 측은 지난 13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제29호 강제노동 협약에 위반된다며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5일 ILO는 수신인을 박단 대전협 회장으로 지정하고, 대전협 측에 “개입 요청 자격이 없다”고 회신했다. 당시 ILO는 일부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선 의견조회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며, 오직 정부나 노사단체에 대해서만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전협 측은 곧바로 그동안의 활동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대전협’이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설명을 보완해 ILO의 개입을 다시 요청했다.
당시 대전협 측 법률대리인은 “당초 개입을 요청할 때 대전협과 박단, 그 외 전공의들을 함께 기재했었다”며 “ILO 측이 이것을 일부 개인이 보낸 것으로 오해를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ILO가 전공의협의회에 대해 정확히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활동 상황 등에 관한 상세 내용을 보충해 개입 재요청서를 보냈다”며 “정부의 발표대로 절차가 종결된 게 아니다”라고 덧붙인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ILO 사무국은 대전협이 의견조회 요청 자격 자체가 없음을 통보하고 종결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ILO 사무국은 노사 단체의 의견조회 요청이 접수되면 통상 수 일 내에 해당국 정부에 접수 사실을 통보하고 정부의 의견을 요청한다”며 “하지만 ILO 사무국에선 관련 통보가 없었고, ILO 사무국에 문의한 결과 이 같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LO 사무국에 따르면 의견조회 요청 자격은 ILO의 노사정 구성원인 정부 또는 국내외 대표적인 노사단체로, 대전협은 의견조회 요청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ILO는 대전협 측에 보낸 회신을 통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작금의 상황을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줄곧 제29호 협약 예외를 주장하는 정부를 상대로 관련 자료들을 함께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