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등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면서 간호사·행정 직원등 병원에 남은 노동자에게 끼치는 여파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공의 등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면서 간호사·행정 직원등 병원에 남은 노동자에게 끼치는 여파가 커지고 있다.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내고 이번주부터 52시간만 근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병원 측에서 ‘무급휴가’를 강제하거나 기간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 포함 직원 대상 최대 무급휴가 신청 기간을 한 달에서 100일까지 확대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6일 병원 내부 공지를 통해 한시적 무급휴가 신청 기간을 기존 ‘최소 1일~최대 1개월’에서 ‘최소 1일~최대 100일’로 늘린다고 밝혔다.
해당 병원의 무급휴가 접수는 지난 4일부터 진행 중이다. 간호사나 직원이 무급휴가를 신청하면, 그 날짜만큼 급여를 받지 못한다. 아산병원 측은 “혹시 모를 차원을 대비한 공지”라고 해명했으나, 알게 모르게 노동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아산병원 행정직원 A 씨는 “병원에 남은 직원이 점점 줄어 드는게 눈에 보인다”라며 “솔직히 눈치 보인다. 병원에서 수술도 못하는데 적자 때문에 월급도 못 주게 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아산병원 지부에 따르면 의사 외 직원 7000여명 중 1500명 이상이 이미 평균 6일가량 무급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울산대 의대 수련병원 가운데 한 곳으로, 전공의 비율은 34.5%에 달한다.
미래의 휴일을 당겨쓰는 ‘마이너스 오프’를 신청받고 있다는 현장의 증언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일부 병동에서 무급휴가는 물론이고 ‘마이너스 오프’를 신청받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마이너스 오프란 교대 근무로 돌아가는 간호사들은 번갈아 가면서 휴일을 갖는데, 아직 생기지도 않은 미래의 휴일을 미리 당겨쓰라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오프를 당겨쓰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쉬지도 못한 채 한 달씩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 의료진들은 ‘고충이 커지고 있다’며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인은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사직을 선언하고 근무 시간을 줄였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의 갈등은 얼마나 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남은 인력들은 이미 ‘이러다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려나’ 등 ‘번아웃’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