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앞에 물러선 윤석열…황상무 이어 이종섭도 사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외교결례 논란이 이어질 수 있음에도 4·10 총선을 앞두고 이종섭 리스크가 커지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논란이 제기돼온 인사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을 강조해왔던 윤 대통령이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자신의 인사스타일을 굽혔다는 점에서 총선 위기감을 크게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지난 29일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외교부 장관이 제청한 이종섭 주 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이 대사의 임명이 발표된 지 25일만이다.

앞서 이 대사는 당일 오전 변호인을 통해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공수처 수사)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길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이 대사 논란에 대해 “공수처가 답할 차례”라며 임명 철회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오히려 임명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여권 일각에서 이 대사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절차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고, 지금은 다 이해를 하셨을 것”이라며 강행의지를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열세가 확인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자 입장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같은 결단은 그만큼 총선 위기론을 중대하게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이 대사 임명, 공수처에 대한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민심이 요동치자 여권에서 이 대사가 사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왔었다.

이 대사 사퇴로 여권에서는 일단 안도감이 감지된다.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이어 이 대사까지 ‘용산 리스크’가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전 수석도 지난 20일 사퇴했다. 당의 목소리에 윤 대통령이 응답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여론 악화를 막고, 당정간 화합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전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기 평택·오산시 지원 유세에서 “이종섭 대사 귀국을 제가 설득했다”며 ”저도 건의했습니다만, 사퇴했다”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도 이 대사의 사의표명에 “국민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아들였다”며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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