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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과세당국이 토지 현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재산세를 잘못 부과했더라도, 당연 무효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까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제주시와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 약 3억 7000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2심은 한화 측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니 다시 판단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한화는 1987년부터 제주시 애월읍 소재의 토지를 소유했다. 당초 한화는 이를 지목(목작용지)과 달리 목장으로 이용하진 않았으나 2013년부터 축사를 짓고 말을 사육해왔다. 그런데 제주시장이 2013년 이전과 동일하게 해당 토지를 합산과세대상 토지임을 전제로 재산세 등을 부과하면서 문제가 됐다.
제주시는 별도의 조사 없이 해당 토지에 2014~2018년 귀속재산세·지방교육세 7000여만원을 부과했고, 영등포세무서도 같은 명목으로 3억여원을 징수했다. 한화 측은 이를 모두 납부했다.
이후 한화는 소송을 제기하며 “부당하게 높은 세율이 적용됐으니 냈던 세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한화 측은 “해당 토지가 2013년부터 실제 목장으로 사용돼 분리과세 대상에 해당함에도 제주시가 합산과세 대상으로 분류해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리과세 대상 토지는 종합부동산세와 농어촌특별세 부과 대상이 아님에도 영등포세무서가 세금을 거뒀다”고 했다.
1심은 한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1민사부(부장 김상훈)는 한화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도 세무당국이 세금 항목을 잘못 분류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무효 사유인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볼 수는 없다”며 한화 측 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과세관청이 각 토지에서 사유 중인 말의 존재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것이 명백한 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1심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 16부(부장 차문호)는 1심과 달리 한화 측 승소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과세 관청은 토지가 목장 용지로 되어있고, 실제 목장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귀속연도에 토지 현황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이전 귀속연도의 과세자료에만 의존해 종합합산 및 별도합산 과세대상 토지로 과세처분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세 대상·절차에 본질적인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제주시가 세금을 부과하기 전 법령에 따라 현황을 조사했다면 해당 토지가 분리과세 대상에 해당함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한화 측 패소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조사결정절차에 단순한 과세대상의 오인, 조사방법의 잘못된 선택 등의 위법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라면 취소 사유가 될 뿐”이라며 “과세관청의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과세관청이 마사회 홈페이지 검색을 하지 않는 등 조사에 일부 미진한 점이 있더라도, 이는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이라며 “조사방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막연한 방법으로 세금을 부과한 중대·명백한 하자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