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현장·발언보다 긴 포토타임…조국혁신당의 ‘이색’ 선거운동[현장르포]

31일 경남 거제시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한 지지자로부터 '외국회사의 작은 파우치 CD 디올백'이라고 적인 가방을 받은 뒤 웃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창원·김해)=최은지 기자] 31일 오후 2시10분 경남 김해여객터미널 앞.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나타나자 환호성이 터졌다. 조 대표가 유세차가 아닌 간이 단상에 오르자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시민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일제히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다. 조 대표의 짧은 발언이 끝나자 시민들이 한 줄을 선다. 한명씩 차례로 단상에 올라 포토타임이 시작된다.

공식 선거운동 4일째, 조 대표는 경남 거제, 창원, 김해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 1시30분쯤 시민들이 모여있는 현장에 도착하자 한 지지자는 “창원에서도 봤었는데”하며 기자에게 인사했다. 유튜브로 창원 일정을 봤다는 지지자는 오전 10시30분부터 김해여객터미널 앞에 왔다고 한다.

공식선거법상 비례대표 후보자는 유세차도, 마이크도 쓸 수 없다. 조 대표는 “아시겠지만 대중연설을 못하게 돼 있다”며 “기자분들과의 문답만 허용돼 양해해주시고, 인사말씀을 짧게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조 대표의 발언이 시작되자 현장은 조 대표의 육성을 듣기 위해 일제히 조용해졌다. 지지자들은 유튜브를 듣기 위해 휴대전화를 켜고 저마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유튜브 방송에서 현장음이 더 잘 들리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면 발언을 잘 들을 수 있다는 안내 팻말이 곳곳에서 보였다.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이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안 됐다. 저도 초짜 정치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도와주시고 박수쳐주시고 손잡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해서 그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짧은 인사를 마치자 현장에서는 “대표님 감사합니다!”라는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를 찾아 기자 질문에 답하며 이번 4·10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

취재진과의 문답이 진행된 후 지지자들이 한줄서기에 나섰다. 조 대표와의 ‘포토타임’ 시간이다. 시민들은 미리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고, 일행들과 함께 단상으로 올라 조 대표와 인사한다. 조 대표는 허리를 숙여 시민들과 인사한 후 함께 포즈를 취했다. 어린이나 학생과 사진을 찍을 때는 무릎을 한껏 굽혀 키를 맞췄다. 사진을 찍고 나면 시민들은 “조국 파이팅”을 함께 외치고, 조 대표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앞서 창원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창원시민과 함께’에서 시민들은 조 대표와의 ‘포토타임’을 기다리며 ‘홀로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홀로아리랑은 조 대표의 노래로 상징돼 이번 조국혁신당 TV홍보영상에도 사용됐다.

조 대표는 창원 일정 중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후보(경남 창원 성산구)와 조우했다. 허 후보와 반갑게 인사한 조 대표는 “(허 후보를) 도와달라는 말을 못 합니다”라고 말했고, 허 후보도 “저도 아무 말 못 합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당 후보를 지원하거나 응원하지 못하지만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세에 현장에서 민주당 후보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조 대표는 지난 29일 충남 일정 중 복기왕(충남아산).조한기(충남서산) 민주당 후보와 만나 사진을 찍었다. 조 대표와 복 후보, 조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다.

조 대표가 이날 방문한 창원과 김해는 PK지역 중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곳이다. 창원성산에서는 민주당 허 후보와 강기윤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여영국 녹색정의당 후보와 3자 대결을 펼치고 있다. ‘낙동강 벨트’의 핵심 지역인 김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 경쟁을 펴고 있다.

31일 경남 거제시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한 지지자로부터 "우리는 투표만 하면 되느냐"고 하자 웃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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