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시가총액 중 주요 반도체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뒤늦게 올라탄 삼성전자가 8만원 선을 넘어 ‘52주 신고가’ 기록을 연일 새롭게 쓰면서다. 오는 5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잠정실적에서 반도체(DS) 부문이 5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뚜렷한 반도체 업황 반등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가 증권가에서 내놓은 목표주가인 ‘10만전자(삼성전자 주당 10만원)’까지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반도체 ‘TOP15’ 시총 비중 24.81%…2021년 3월 이후 최고=1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KRX 반도체 톱 15’ 지수 구성 종목들의 시총이 코스피·코스닥 시장 시총 합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분석했다.
‘KRX 반도체 톱 15’ 지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HPSP, 리노공업, 이오테크닉스, ISC, 원익IPS, DB하이텍, 주성엔지니어링, 하나마이크론, 티씨케이, LX세미콘, 심텍, 파두 등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시총 상위 15개 반도체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 15개 종목의 시총 합산액은 662조9173억원으로 코스피·코스닥 시총 합산액(2671조9685억원)의 24.81%를 차지했다. 2021년 3월 3일 기록한 24.885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특히, 최근 1개월 간 ‘KRX 반도체 톱 15’지수 구성 종목들의 시총 비율이 급등한 결정적인 이유는 삼성전자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다. 해당 수치가 22.32%까지 내려섰던 지난 2월 16일(7만2800원)과 비교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8만2500원으로 12.88%나 상승했다. 시총도 약 57조원이나 늘었다. ‘KRX 반도체 톱 15’ 지수 시총 합산액에서 삼성전자 시총의 비중은 74.20%에 이른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주가와 전체 지수가 동행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메모리 업사이클 이제 초입…三電 HBM 우려 해소도 호재”=국내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8일 2년 3개월 만에 ‘8만전자’ 고지를 넘어선 데 이어 다음 날엔 8만2000원 선까지 넘어서 ‘52주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는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9만5833원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등 3월 이후 목표주가를 ‘10만전자’ 이상 제시한 증권사는 9곳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결정적인 요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단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삼성전자의 HBM3E를 테스트 중”이라고 말한 것이 투심을 자극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HBM3E 8단, 12단 샘플을 엔비디아 등 고객사한테 공급해 놓은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긍정적인 결과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HBM에 대한 우려가 일정 부분 완화되고 있는 만큼 업황을 반영한 주가 움직임을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DS 부문 5분기 만에 ‘흑전’…“컨센 상회” 기대감 ↑=전문가들은 오는 5일로 다가온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잠정실적 결과가 삼성전자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주목할 지점은 DS 부문이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할 지 여부다. 앞서 DS 부문은 지난해 1~4분기 각각 4조5800억원, 4조3600억원, 3조7500억원, 2조18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증권가에선 ‘장밋빛’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DS 부문이 올해 1분기 9000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긴 겨울잠에 빠져 있던 것처럼 무기력했던 거인이 드디어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라며 “실적 개선 폭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DS 부문이 올해 1분기까지도 1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5000억원 흑자로 수정했다. 이 밖에 한화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각각 8180억원, 7580억원, 5020억원 규모의 흑자를 DS 부문에서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