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31일 부산 강서구의 선영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
[헤럴드경제(부산·창원·김해)=최은지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지난 21일 부산 서면 기자회견에서 “이제, 고마, 치아라 마!” 외침은 ‘정치인 조국이 깨어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대표는 31일 부산 강서구 창녕조씨 선영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자 정견 발표에서 “압도적 1위를 달라”고 밝힌 것에 대해 “학자 출신 티를 벗고 싶다. 정치인이 됐고, 정당의 대표인 만큼 선한 권력 의지를 정면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었다.
‘이제 학자로서의 조국은 지워졌나’라는 질문에 그는 “저는 이미 돌아갈 자리, ‘잔도’(棧道)를 불살랐기 때문에 교수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제 그리 부르지 말라고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과거에 교수였던 것, 학자였던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고 민정수석이나 장관이었던 것에 대해서도 제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일정한, 물론 잘못한 것도 한계도 있었지만, 제가 한 역할에 대해서는 일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학자나 교수가 아니기 때문에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선거 일정에서 ‘창당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생 정당, 초짜 정치인’이라고 설명하면서 뜨거운 격려에 감사를 표하고 “조금만 더 도와주시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호소한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후보자는 선거유세를 할 수 없는 등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다. 마이크도 쓸 수 없어 육성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이 진행된다. 시민들의 ‘조국’을 외치는 함성에 두 주먹으로 호응하는 것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럼에도 목이 쉬지 않고 육성은 단단하다.
조 대표는 특유의 제스처를 미리 준비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지 묻는 말에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몸짓이나 발성법을 배운 것은 없었다”며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여기에 힘을 주고 읽어야겠다고 표시는 하는데, 현장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다 보니 액션도, 손짓이나 표정, 음조들이 달라졌다”고 했다.
성량은 타고났다. 조 대표는 “원래 기본적으로 중저음인데 목소리는 큰 편이다”라며 “성량 자체가 크기 때문에 노래 부를 때도 크게 발성한다”고 귀띔했다.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28일 하루동안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을 찍었고 29일에는 천안, 아산, 서산, 30일에는 군산, 익산, 여수, 광주 등 전국을 종횡무진하면서 나흘만에 몸무게는 2.4㎏ 줄었다는 후문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31일 경남 창원 일정에서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후보(경남 창원시서산구)와 사진을 찍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
선영의 터 한쪽에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다 쨍한 햇살이 조 대표의 얼굴을 비췄다. 손그림자를 만들던 조 대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었다. ‘추모원’ 비석 뒤에 우둑하니 서 있는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었다. 조 대표는 “소나무가 아주 큰데 누군가 정지(整枝)를 했나 보다”며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원래 이만큼 온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29일 충남 일정 중 더불어민주당 복기왕(충남 아산)·조한기(충남 서산) 후보와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조 대표는 “서로 연락은 했지만 청와대를 떠나고 처음 만났다”며 “두 사람이 어려운 지역에서 고생하고, 두 사람은 제가 지난 2019년 이후에 겪었던 것을 알고 있을 거니까 만나는 순간 서로가 감정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9를 찍어달라’는 조국혁신당 홍보 팻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조 대표는 “학익진의 총사령관은 이재명”이라며 민주당과의 협력을 강조해 왔다. 지역구에서 접전을 펴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은 조 대표가 선거운동을 할 때 먼저 찾았다. 이날 거제, 창원, 부산 남구 일정에도 변광용 거제 후보, 허성무 창원 성산 후보, 박재호 부산 남구 후보가 조 대표의 일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지자들끼리의 연대가 과제로 남을 것 같다’는 질문에 조 대표는 “다 해소될 문제라고 본다”며 “정당이 달라도 인간적인 우정은 남는 법인데 그게 먼저이지, 선거법 위반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덕담하고 서로 잘되라고 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조 대표는 창원에서 만난 허 후보에게 “(허 후보를) 도와달라는 말을 못 합니다”라고 말했고, 허 후보도 웃으며 “저도 아무 말 못합니다”라고 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이든, 기본소득당이든, 정의당이든 제 친구들 중에도 많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당이 달라지면 얼굴을 안 보는 건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두 사람(복기왕.조한기 후보)은 오랫동안 저와 같이 호흡을 맞춘 동지들인데 당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크게 봐서는 우당이고 반갑게 만나 악수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나”라고 밝혔다.
이어 “지지자들도 그렇게 생각을 해주는 것이 맞지 않나 한다”며 “당을 가지고 칼로 자르듯이 하는 방식은 세상 살아가는 이치, 사람 살아가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앞서 무소속이나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과 공동 교섭단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31일 부산 남구 경성대학교 옆 문화공원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성남 분당 지원유세에서 “저 사람들이 200석으로 뭘 하겠다는 것이냐, 그냥 권력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를 바꾸겠다는 것, 대한민국 헌법에서 자유라는 말을 떼내겠다는 것”, “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개헌을, 말도 안 되는 자유를 들어낸 민주주의를 만드는 개헌을 저지해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5년 전처럼 위기감을 조성해 보수 결집을 노리는 발언”이라며 “억지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창원 일정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타는 조 대표에게 “또 뵙겠다”고 인사하니 그는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보였다. 특유의 몸짓은 이미 몸에 배어 있었다. 정치인 조국은 이미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