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동료 직원의 PC계정을 해킹했다는 의혹으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던 법원 전산직 공무원이 지난해 감사를 받는 도중에 징계와 관련한 정보가 SNS에 유출됐다며 최초 유출자에 대한 조사 및 징계를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SNS 조사 권한이 없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동료 직원의 인터넷 가상PC에 무단으로 접속했다는 혐의 등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법원 전산직 공무원 A씨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감사조사 내용이 익명 SNS인 블라인드 등에 유출됐다고 주장하며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최초 유출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익명 SNS인 블라인드에는 “이 작은 조직에서 징계대상자가 몇명인거야”라는 제목으로 A씨와 관련된 징계 상황을 언급한 글이 게재됐다. 이어 해당 글의 아래에는 A씨가 감사 과정에서 밝힌 내용 중 일부를 언급한 댓글 등이 달렸다. 하지만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서는 당시 “SNS(블라인드)는 외부 사이트로 법원에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이 같은 유출 경위에 대해 명확한 조사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진술한 내용들이 앞뒤 정황이 생략된 채 불리한 내용만으로 SNS에 유출돼 법원 내부 직원들 사이에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원 윤리감사관과 그 보좌기관 및 분장사무에 관한 규칙’ 제4조는 ‘윤리감사관과 소속 직원 및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해당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법원감사규칙’과 ‘법원 감사위원회 규칙’에서도 이 같은 비밀 준수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한편 A씨는 자신을 인터넷 가상PC 계정도용 범인으로 지목한 동료 직원 B씨를 무고 등을 이유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윤리감사관실은 “무고죄 해당 여부는 형사 절차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3년 2월부터 4월까지 총 30여 차례에 걸쳐 동료 직원 B씨의 인터넷 가상PC에 무단으로 접속했다는 등의 비위 혐의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징계위는 B씨 PC에 찍힌 아이피(IP) 및 맥(Mac) 주소가 A씨의 업무용 PC와 일치하고, 이같은 무단 접속이 A씨가 근무하는 시간에 발생했으며 A씨가 본인 PC의 메신저에 로그인 한 시간과 B씨 PC에 접속된 시간이 비슷하다는 점 등을 징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징계 조사 당시부터 외부의 해킹 가능성을 주장하며 현재 소청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법원 전산망에 대한 해킹 공격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킹그룹 라자루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법원행정처가 북한에 의한 전산망 해킹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공무원 개인을 비위혐의자로 몰아 징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