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실제 취급한 월별 주담대 금리가 2년 2개월 만에 평균 3%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 하락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올해 시작된 대환대출 경쟁 및 고정금리 확대 정책 등에 따라 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가산금리를 인하한 것이 주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영끌족 숨통 트였다” 26개월 만에 3%대 금리=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2월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의 평균 금리는 3.98%로 전월(4.1%)과 비교해 0.1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3.88%)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선 주담대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 하락이 이루어지며, 대출금리 인하의 발판을 깔았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채(5년물, AAA) 금리는 3.914%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10월 26일(4.810%)과 비교해 0.896%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더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한 것이 대출금리 산정에 주된 영향을 줬다. 은행들은 올해 소위 ‘역마진’으로 불리는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하면서까지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지난 2월 29일 기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3.1~3.8% 수준으로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3.91%)보다 낮다. 하나은행의 경우 금리 상단(3.8%)까지 준거금리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올해 도입된 주담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또한 금리 인하 움직임을 자극했다. 최근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에 따른 대규모 대환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은 금리 인하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비용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하 움직임은 더 가속화됐다.
▶은행권, 대출금리 조정 ‘딜레마’ 계속…“현 수준 유지될 듯”=은행들이 잇따라 가산금리를 낮춘 것은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방침이 강화되면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웃도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체질 개선책을 추진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형 주담대 확대 방침이 계속되면서, 고정형 주담대의 매력도를 높게 유지해, 수요 확대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취급된 예금은행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과반을 넘어선 상태다.
다만, 이같은 금리 인하 추세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00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원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담대가 전월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나며 증가분을 주도했다.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이 시급해지자, 은행권에서도 소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3%포인트가량 올린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월 주담대 금리를 0.23%포인트 올린 바 있다.
김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