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생명줄’ 유엔 팔 구호기구 해체 제안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물을 받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계 기반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해체를 건의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최근 이 같은 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에는 UNRWA 인력과 자산을 세계식량계획(WFP) 등 기존 유엔 기구나 새로 창설되는 기구에 단계적으로 흡수·통합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계획을 두고 한 유엔 관리는 가자지구에 기근이 발생할 경우 유엔이 협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위한 시도라고 풀이했다.

지난달 28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에 “유엔과 전적으로 협력하여 가자지구에 대규모 원조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다.

UNRWA는 1950년 창설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생필품, 교육,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해온 인프라다.

이스라엘은 UNRWA가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이슬라믹지하드의 자국 침투 테러에 연루됐다며 협력을 중단했다.

인구 230만명이 밀집한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하마스 토벌을 위한 군사작전 속에 주민 대다수가 굶주림과 전염병 위험에 노출됐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 구호를 계획하는 논의에서 UNRWA를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태도는 사실상 모든 구호물자가 UNRWA 기반 시설을 통해 현장에 전달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인도주의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엔에서는 UNRWA와 협력 중단을 떠나 해체까지 거론하는 이스라엘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유엔 관리는 “그걸 받아들이면 유엔이 이스라엘의 직접 관리를 받게 되고 가자지구 내 가장 큰 구호단체이자 극단주의에 맞선 최대 보루인 UNRWA를 해체하는 직접적인 공범이 된다”고 말했다.

UNRWA는 가자지구 전쟁 때문에 활동이 절실한 시기에 국제사회 지원이 줄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은 UNRWA 직원의 최대 11%가 작년 10월 하마스나 이슬라믹지하드의 자국 기습에 연계됐고 많게는 30명이 공격에 직접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지원단체 16곳이 UNRWA에 중단한 자금은 4억5000만 달러(약 6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일본, 핀란드 등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가 급속도로 악화함에 따라 자금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UNRWA는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설립된 까닭에 원칙적으로는 해체도 유엔 총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가디언은 UNRWA 기능을 다른 단체로 이전한다는 이스라엘의 계획에 미국은 지지하지만 구테흐스 총장과 다른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국제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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