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과학선진국 도약과 국회에 거는 기대

지난 2019년 미국의 언론사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과학자의 97%가 온실가스 배출을 시급히 규제해야 한다고 믿는 데에 비해 국회의원 중 100명 이상은 기후과학에 회의적이거나 규제 도입비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과학적 지식과 정보에 대한 의사소통은 과학만큼이나 중요하다. 정책입안자나 정치인들이 과학적 배경이 부족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국회에서 제정되는 법률은 과학기술정책과 제도를 규정하는 수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과학기술과 관련이 있다. 법률을 통해 과학규범을 만들며 과학자들을 장려하고 규제도 하기 때문이다.

오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국회의원이 돼 직접 입법활동을 하는 과학자들이 늘면 좋겠지만 이번 총선에 도전장을 낸 과학기술계 출신 인사는 많지 않아 보인다. 몇년 전 주요 과학기술단체들이 연합해 과학기술계 인사들의 국회 진출을 돕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필자는 이보다는 과학자의 전문성이 고령화, 기후변화와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정치적으로도 활용돼 과학에 기반을 둔 법률과 제도가 만들어지도록 국회와의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학발전이 빠른 속도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시대에 과학계와 국회가 협력해 과학적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는 과학의 힘을 활용해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대안들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과학진흥협회는 과학자들이 국회가 어려워하는 점들을 이해하고, 과학정책의 앰배서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과학자가 입법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국회의원 및 참모진과의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생명과학연구소는 해마다 과학자들과 국회의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의회 방문의 날 행사를 연다. 과학자, 대학원생, 교사 등이 의회에 방문해 의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고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국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부트캠프도 운영한다.

캐나다 과학정책센터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자와 의원이 직접 만나 의사소통하고 과학적 전문지식이 정책결정에 활용되도록 매개체 역할을 한다. 참가자에게는 과학정책, 다양성, 포용성, 과학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다양한 교육도 제공한다.

필자는 국회에 공식적인 과학자문기구를 설치할 것도 제안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 통계에 기반을 둔 입법활동을 할 의무가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이러한 자문기구를 활용하면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치와 과학의 시간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사회문제는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이 포용되고, 알고 있는 정보와 알지 못하는 정보, 과학적 근거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그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과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연구·개발(R&D)을 하고 싶은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국회와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 그리고 22대 국회에도 당부하고 싶다. 과학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과학은 미래의 번영에 필수적이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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