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외국인을 검거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FSB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타지키스탄 출신 이민자들이 자행한 모스크바 콘서트홀 테러를 계기로 러시아가 이민자 규제 강화에 나선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생체 인식 데이터가 포함된 디지털 신분증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 초안을 제출했다.
또한 외국인이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러시아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현재 6개월 내 90일에서 1년 내 90일로 축소했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민자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정부 기관을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의회에서도 이민 정책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은 이민 정책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선의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노골적인 악행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러시아의 입국이 너무 쉽다”면서 “아주 작은 법 위반만 해도 추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자에 대한 단속은 이미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콘서트홀 테러 사건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이민 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커머스 와일드베리가 운영하는 창고를 급습해 20명 이상을 구금하는 등 전통적으로 이민민들을 많이 고용하는 기업의 시설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을 단속하고 있다.
이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자국민들이 러시아로 이동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다. 키르키스스탄 외무부는 자국민에게 불필요한 러시아 여행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고 이미 러시아에 도착한 국민에게는 방문의 합법성을 증명하는 서류를 항상 소지할 것을 당부했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러시아에 있는 동안 여권과 취업 허가증을 소지할 것을 당부했다.
이민자 단속에 대한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책의 강화가 자칫 노동력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택시 서비스부터 금속 제련소, 호화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민제한, 이민노동자 체포 등은 러시아의 노동시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연방 통계처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노동시장에는 230만명의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많은 생산가능인구가 동원된 영향이다. 이민민은 그나마 러시아의 노동시장에 숨통을 틔워주는 상태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내 외국인 근로자는 170만명으로 전체 고용 노동자의 약 1.4%를 차지한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불법 이민자를 포함할 경우 실제 이민노동자의 수는 350만~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알렉스 이사코프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민 노동자 공급이 급감할 경우 건설, 소매, 운송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30만명의 노동자가 줄어들 경우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12개월 동안 0.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