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회사 직원들은 뭘 입을까…콘텐츠가 된 #출근길 #OOTD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LF 본사 앞에서 LF 관계자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고 있다. 정석준 기자

“저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스카프를 만지면서 걸어주세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LF 본사 로비. 아이폰14프로를 들고 직원 통로를 바라보는 임형익 LF 홍보팀 매니저가 눈에 띄었다. 다른 직원들이 바이어를 만나 의류 상품을 점검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이곳이 바로 촬영 현장이다. 직원 통로에는 검정 부츠, 치마, 재킷에 흰셔츠를 입은 김하연 LF 홍보팀 매니저가 걸어 나왔다. 패션 포인트는 호피무늬 스카프다.

이후 두 사람은 아이폰에 담긴 촬영본을 함께 확인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내 갈 길을 간다는 느낌의 시선’, ‘가방을 어느 쪽으로 메야 잘 보일지’, ‘어디가 빛이 잘 들어오는지’ 등 촬영 포인트를 논의하고 15초 내외로 촬영을 몇 차례 반복한다. 카메라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시선으로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임 매니저는 “소비자가 숏폼 콘텐츠를 접할 때 스마트폰을 세로로 보기 때문에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아이폰으로 촬영한다”고 말했다.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은 촬영 시간만큼 짧았다. 회사 정문과 바로 옆 이차선 횡단보도다. 거리에 사람이 지나가거나 차가 앞을 막으면 짧게 한 번 더 촬영했다. 행인들이 김 매니저만 가리지 않으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배경이 된다. 임 매니저는 색감, 구도 등 영상 상태를 확인하고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스카프가 더 잘 보인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동일한 출연자에 대한 촬영을 같은 장소에서 반복하고 편집을 거치면 유튜브 쇼츠 콘텐츠 1개가 완성된다.

유통업계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광고 무대를 옮기고 있다. 기업들은 직접 SNS(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면서 브랜드를 홍보하고 소통에 나선다. 삼성물산(세사페TV), CU(씨유튜브) 등은 유튜브 구독자 수 10만명을 넘어서며 실버버튼을 받았다.

업계는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는 인력을 전면 배치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LF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위해 20대 PD 1명과 인턴 2명을 채용해 홍보팀에 배치했다. CJ온스타일은 최근 모바일 라이브 전략팀과 편성팀, 마케팅팀, 신규채널 기획팀까지 기능을 세분화해 조직 규모를 두 배 가까이 키웠다.

콘텐츠 전담 부서는 통상 기획부터 편집까지 일주일에 최소 1개 이상의 콘텐츠를 준비한다. 콘텐츠 형식은 각 사의 브랜드 스토리를 웹드라마로 풀어내거나 자사 제품을 리뷰하는 등 다양하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기획이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편하게 봐야 구매까지 유도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영상의 전체 방향을 결정하는 시작점인 ‘기획’ 단계에서 영상의 콘셉트, 기대 효과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에서 결정되는 주요 방향 중 하나는 영상 길이다. 1분 내외 영상인 ‘숏폼’과 10분 내외인 ‘롱폼’은 촬영 방법, 편집 소요 기간 등이 각각 다르다. 롱폼은 출연자 섭외와 스튜디오, 연출 등을 준비하는 경우 촬영 시간이 길어지고 편집에도 품이 들어 콘텐츠 제작 시간에 일주일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숏폼은 준비 및 촬영 시간이 짧고 편집도 정해진 탬플릿을 활용해 3~4시간 만에도 간단히 끝낼 수 있다. 이미 완성된 롱폼 콘텐츠를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 숏폼 콘텐츠로 만든다면 촬영 시간도 생략된다.

LF는 김 매니저처럼 임직원들을 ‘임플로이언서(employee+influencer)’로 재탄생시켰다. LF 관계자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패션회사 직원들은 실제로 출근할 때 어떤 아이템을 들고 다닐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한다는 점이 흥행 요인”이라며 “특정 콘텐츠의 경우 출연한 직원의 스타일링을 선호하는 팬덤, 해당 아이템에 대한 호감이 생겨 구매까지 하게 된 팬덤 등 다양한 니즈에서의 팬덤이 생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석준·박병국·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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