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시 마포구 효성 본사에서 진행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영결식 전경. [효성 제공]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지난달 29일 별세하면서 고인이 보유한 지분 상속과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 등에 관심이 쏠린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과 계열사 지분 가치가 약 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효성가(家)가 내야 할 상속세만 최소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은 213만5823주로 지분율은 10.14%에 달한다. 주요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의 경우 39만3391주(9.09%), 효성중공업 98만3730주(10.55%), 효성첨단소재 46만2229주(10.32%), 효성화학 23만8707주(6.1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별세일인 지난달 29일 기준 ㈜효성의 종가는 주당 6만3700원, 효성티앤씨 32만4500원, 효성중공업 28만4000원, 효성첨단소재 34만2000원, 효성화학 6만28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조 명예회장의 지분 가치는 약 72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상속세만 무려 43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포함하면 실제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인 60% 수준이다. 다만, 상속세는 상속개시일 이전과 이후 각 2개월 등 총 4개월 동안의 종가 평균액으로 계산하는 만큼 실제 지분 가치와 상속세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조현준(왼쪽)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효성 제공] |
재계에서는 이러한 ‘징벌적 상속세율’이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고 신규 투자 위축을 불러오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OCI홀딩스와의 통합이 무산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 역시 54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가 근본적 원인이 됐다. 2020년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타계 후 유족들은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절반가량을 납부했지만 아직까지 2700억원의 상속세가 남은 상태다.
이에 송영숙 회장 모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장·차남의 반대로 소송전,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가는 등 극한 갈등 끝에 끝내 통합이 무산됐다. 장·차남은 표 대결에서 이겨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발생한 상속세만 약 12조원으로, 이재용 삼성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납부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액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 2조1689억원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4일 정부 및 국회에 ‘2024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통해 “지난 30년간 주요 7개국(G7) 국가는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낮춘 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를 높임에 따라 부(富)의 해외이전, 편법 탈세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과도한 상속세 개편을 건의했다.
실제 캐나다는 이중과세 문제 해소를 위해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미국은 55%에서 50%, 35%까지 낮췄다가 2012년 40%로 고정했다. 상속세를 처음 도입한 영국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40%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재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장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한다든가 이런 경우에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며 “그래서 우리나라에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효성 제공] |
때문에 효성가의 4300억원대 상속세가 ‘징벌적 상속세율 완화’ 논의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필지 주목된다. 효성가 역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지분 매각, 주식담보대출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주식의 일부는 효성장학재단 등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현금·지분 등을 공익재단에 출연하면 5% 미만까지 상속세나 증여세가 면제된다.
이와 함께 조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이 효성의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효성은 지난 2017년 조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은 뒤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형제 공동경영’을 이어왔으며, 오는 7월1일자로 지주사를 추가 신설하고 ‘형제 독립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고인이 지분 상속에 대한 유언장을 남겼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고인의 지분을 법정상속분(배우자 1.5, 아들 3명 1 비율)대로 균등 상속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효성의 지분은 고인의 부인 송광자 여사에세 3.38%, 장남 조현준 회장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2.25%씩 나눠 갖게 된다. 현재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21.94%, 조현상 부회장이 21.42%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만큼, 가족들과 의절한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 요구에 나서더라도 지배구조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란 평가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지분 상속과 상속세 납부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해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