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과 막는다…재배물량 5만t→15만t 늘리고 유통비용 10% 줄인다

소비자물가. 급등하는 사과 가격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사과 등 농산물가격이 역대 최고로 오르자 정부가 2030년까지 사과와 배 계약재배 물량을 각각 3배로 늘리고, 산지-소비지 직거래를 늘리는 방식으로 유통비용을 10% 절감키로 했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적지 북상에 따라 강원도에 사과 재배지 2000㏊를 조성하는 등 ‘사과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2024∼2030)’을 발표했다.

우선, 사과의 경우 연평균 1%씩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재배면적을 2030년 3만3000㏊(여의도의 114배) 이상으로, 지난해(3만3789㏊)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또 사과 생산은 50만t(톤) 이상으로, 평년(49만t) 수준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또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사과와 배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 각각 5만t, 4만t 수준에서 2030년 15만t, 6만t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는 2030년 예상 생산량의 30% 수준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사과 계약재배 물량을 통해 2030년에는 명절 수요의 50%(12만t 중 6만t), 평시 수요의 25%(37만t 중 9만t)를 각각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계약재배 물량 중 최대 5만t은 출하 시기뿐 아니라 출하처와 용도까지 직접 관리하는 ‘지정 출하 방식’으로 운용해 특정 유통경로의 급격한 가격 등락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과잉 생산 때는 남은 물량을 가공용으로도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정부가 비축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비축 인프라를 조성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지정 출하를 통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지정 출하 방식은 사실상 정부가 직접 컨트롤하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박수진 식량정책실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에 관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올해 ‘사과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사과 계약재배 물량을 6만t으로 확대하고 일부를 지정 출하 방식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일상 소비용 사과 공급을 위해 크기가 작은 사과 1만t도 생산할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적지 북상에 따라 강원도를 새로운 사과 산지로 육성한다. 2005년만 해도 강원 지역은 전체 사과 재배지 면적의 0.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비중이 5.0%로 늘었다.

이에 정선, 양구, 홍천, 영월, 평창 등 강원 5대 사과 산지 재배면적을 지난해 931㏊에서 2030년 200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강원에 거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건립하고 ‘강원사과’의 브랜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농식품부는 강원 등 미래 재배 적지를 중심으로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조성에 나선다. 스마트 과수원은 나무 형태와 배치를 단순화해 노동력을 기존 과수원에 비해 30% 정도 줄이고, 햇빛 이용률을 높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과수원이다.

농식품부는 스마트 과수원을 20㏊ 규모로 단지화해 내년에 5곳을 새로 조성하고 2030년 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2030년에는 스마트 과수원 면적은 전체 사과 재배지의 4% 수준(1200㏊)이 되고, 여기서 국내산 사과의 8%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하고 산지-소비지 직거래를 늘리는 방식으로 유통단계를 1∼2단계 줄여 유통비용을 10% 절감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사과의 경우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60.5%에서 30%로 줄이고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15%로 확대하는 한편 유통 비용률을 축소(62.6%→56%)할 방침이다.

사과는 2030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유통 비중을 전체 거래의 15%까지 확대하고 산지-소비지 직거래 비중도 22.6%에서 35%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지는 거점·스마트APC를 중심으로 취급 물량을 확대하도록 하고 소비지는 중소형 마트·전통시장 등의 수요 물량을 규모화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전국 24곳에 있는 거점APC 선별·저장시설을 확충하고 거점APC를 추가로 건립해 취급 물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하고 거점APC를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와 산지-소비지 직거래의 핵심 주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2022년 기준 거점APC에서 사과 유통 물량의 14%를 취급하는데, 오는 2030년에는 이 비중을 3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추후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검역 협상 진행 등으로 수입 과일과 경쟁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이번 대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언젠가 검역 협상이 마무리되면 수입 사과, 배가 들어올 수밖에 없고 우리 사과는 미국, 뉴질랜드산 등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스마트 과수원으로 생산 단계 비용을 낮추고 유통비용도 절감하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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