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혜택 체감”…금융위 ‘기술금융’ 손질

기업이 담보나 매출이 부족해도 기술력만 있으면 대출 한도·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는 ‘기술금융’ 제도가 개선된다. 앞으로 은행은 기술 기업에 대출 시행 시 기술 등급별 금리 인하 폭을 내규에 반영하고, 우대금리를 얼마나 줬는지 금리 정보 및 대출 잔액을 신용정보원에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은행이 기업의 기술등급을 평가사에 의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착관계를 차단해 명확한 기술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기술금융개선 방안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기술금융은 기업이 담보 및 매출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이 있으면 대출 한도나 금리에서 우대를 주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제도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 1041조4000억원 중 기술금융의 비중은 29%(304조5000억원)수준이다.

금융위는 먼저 기업이 기술금융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기술등급별 우대금리를 명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어느 정도 금리 혜택을 받는지 불명확 했던 것을 개선해, 은행이 기술 등급별 금리 인하 정보 및 대출 잔액을 신용정보원에 제출하고 이를 정부가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기업의 기술력에 따라 담보 없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기업 신용대출 취급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해 신용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안도 포함됐다. 기술금융의 신용대출의 비중도 2021년 24.2%에서 2023년 22.4%로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테크평가 시 기술등급별로 더 높은 금리인하를 한 은행에 가점을 부여함으로써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며 “기술금융의 신용대출 취급에도 가중치를 부여해 담보 위주의 여신 관행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평가 과정도 달라진다. 앞서 은행은 ‘저가입찰’로 평가사를 선정함에 따라 수수료를 대폭 낮추고, 이에 기업 기술평가의 부실화가 유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 대출이 나가는 은행 지점에서 평가사를 선택하면서 평가사는 지점의 입맛에 맞는 관대한 평가 결과를 주겠다고 암시하는 등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발생했다.

이에 금융위는 평가 수수료보다는 평가사의 평가서 품질에 따라 평가 물량을 배정함으로써 평가사가 평가품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또 은행 본점이 지점에 평가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여기에 평가 의뢰자인 은행이 평가사에 평가 등급을 사전 문의하거나 특정 등급을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신용정보법에 은행에 대한 행위규칙을 마련하고, 기술금융 대상을 보다 명확하게 해 은행이 비기술기업에 대해 평가 의뢰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술평가 과정에서 현장 조사를 하지 않은 채 평가서를 작성하는 악성 관행을 없애고, 평가등급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세부평가의견 작성을 의무화한다. 평가자가 임의로 정상점수를 조정해 기술등급을 상향하는 등의 관대한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기술등급 산정에 관한 가이드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밖에 기술금융의 사후평가를 강화하고 기술금융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위는 미흡등급을 받은 평가사의 평가를 받은 은행의 대출실적을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에서 제외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은행이 우수한 평가사에 물량을 더 많이 의뢰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이뤄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번 개선방안을 계기로 기술금융이 한 단계 성장하여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자금애로를 적극 해소해주는 제도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홍승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