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양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에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유동 가시화 시험은 가스를 분사해 차량 주변의 공기 흐름을 확인하며 공력성능을 높이기 위한 테스트다. [현대차그룹 제공] |
경기도 화성시에 들어선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는 한국 자동차 역사의 산실과도 같은 곳이다. 1995년 남양기술연구소로 출범해 약 30년간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남양연구소는 지난 30년을 뒤로 하고, ‘전동화 전환’이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회사의 이름을 딴 도로 현대기아로를 따라 남양읍 시골길을 달리니 거대한 연구소 정문이 보였다. 347만㎡ 달하는 막대한 부지는 마치 하나의 소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방불케 했다.
이날 가장 먼저 방문한 시설은 ‘배터리 분석실’이다. 배터리 분석실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해체해 세부 물질은 연구하는 곳이다.
배터리는 수분에 민감하고, 화재 위험이 큰 만큼 온·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드라이룸을 구축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재욱 재료분석팀 팀장은 “드라이룸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셀을 해체하고 분석해야 신뢰성 있는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최초로 셀을 분해하는 ‘셀 해체실’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바닥, 벽, 천장을 비롯해 테이블 등 모든 소재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했다.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해체된 셀은 ‘메인 분석실’에서 정밀 분석한다. 분석 장비 가운데 레이저 광원을 활용, 물질 간 결합을 분석하는 라만분광분석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장비는 시료 표면에 레이저를 쬔 뒤 나온 신호를 기반으로 물질의 특성을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이미 출시된 배터리 외에도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출발점이 소재 기술 연구에서 시작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방문한 곳은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이다. 이곳에선 신차가 양산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의 핵심 구동계인 모터와 인버터의 성능을 개발, 개선하는 일을 한다. 시험실은 1·2·4축 시험실로 구성돼 있었다. 실내 공간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 진행해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 이 공간의 주목적이다.
전기, 수소 버스 등 상용 전동차를 위한 연구는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 진행 중이었다. 신재민 파트장은 “상용차는 다른 성능보다 내구성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총 55대의 장비를 활용해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험동 내 무빙시험실에선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로봇 팔이 차 문을 일정한 강도로 여닫기를 쉼 없이 반복했다. 또 로봇팔이 휠체어를 당기기도 했다. 신 파트장은 “로봇팔이 문을 여닫는 강도는 실제 사람의 힘과 동일하며 휠체어를 실제 사용할 때 드는 무게도 구상해, 승차 횟수만큼 사용했을 때 부품의 문제가 없는지 파악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실제 주행상황과 마찬가지로 진동과 충격을 줘 부품의 내구성을 측정하는 시험, 브레이크 마모와 열크랙 성능 평가, 변속기 내구 평가 등 보다 완벽한 친환경 상용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상용환경풍동실은 남양연구소의 압도적인 규모와 기술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실내 온도를 영하 40도에서 영상 60도까지, 습도를 5~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어 실제 주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도 가능했다. 이 시험실에는 400㎾급 초고속 충전기 3대로, 혹서·혹한의 상태에서의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고 한다. 수소 공급 전용 설비도 위층에 마련됐다.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실차를 시험하는 시험실로는 최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연구 안전관리본부에서 인증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자격을 획득했다”며 “세계 유일의 친환경 풍동시설이다 보니 수많은 기업과 정부,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화성=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