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사상최고 아직 아니라고?…물가반영 실질가격, 역사상 고점의 76% 수준 [투자360]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역사상 최고가인 온스당 2297.90(311만원)까지 올랐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데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안전자산인 금 수요로 이어지면서다. 미중 갈등에 따라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의 금 매입과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순매수세도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선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반영한 실질 금 가격을 따져봤을 때 아직 고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3일 블룸버그·하나증권 자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2월 기준 실질 금 가격은 역사적 고점인 1980년도(2800달러선) 대비 76%다. 당시에는 중동 정세 불안과 인플레이션 및 투기적 수요 등 영향으로 실질 금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현재 금값도 더 올라갈 수 있단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질 가격이 과거 고점들에서 상당 부분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볼 경우 상승여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금값은 ▷미국 금리인하 기대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중국의 금수요 급증 ▷신흥국 중앙은행의 매입 등이 맞물리면서 오름세다. 먼저 미국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금값은 통상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은 이자가 나오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때는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도 올라간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했다. 금리 하락 시 달러화는 점진적으로 약세 전환하고, 역(-)의 상관관계에 있는 금 수익률은 오를 것이란 시각이 수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 수요도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는 국제정서는 금을 사들이는 요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무력 충돌 확대 우려도 확대됐다. 더불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금 매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금을 사들이는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금 소매 수요는 지난 1월 기준 271t(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에도 127톤을 매입하며 평균(118톤)을 상회했다. 중국 내 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해거래소의 금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평균 대비 약 43달러 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는 흐름도 한 가지 요인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은 2020년 1월 이후 순매입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외환보유고 내 금 보유량 2022년 11월 이후 16개월 연속 상승세다.

다만 미국 경제가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값 고공행진에는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연착륙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은 경기 침체를 방어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며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금 수익률은 높은 수준을 보이지만, 연착륙 시에는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아 기대수익률 제한적일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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