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3일 발표한 그룹 내 사업구조 재편은 ‘김동관 중심 새 판 짜기’로 요약된다. 그룹 내 흩어져있던 태양광과 해상풍력 사업을 한 데 모으고, 2차전지 장비를 따로 떼어냄으로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해당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사업군별 ‘헤쳐모여’를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효율화하는 등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승계구도 역시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은 3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에 있던 2차전지 장비사업을 떼어내 100% 자회사 한화모멘텀을 신설하고 해상풍력·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에, 태양광장비는 한화솔루션에 각각 양도하는 사업군별 전문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2차전지, 방위산업(방산), 항공·우주 등은 김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줄곧 공을 들여온 분야다. 김 부회장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그룹 내 핵심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통 큰’ 투자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성장 동력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화는 기존의 건설·글로벌·모멘텀 부문 중 2차전지 장비와 공장자동화 사업을 맡고 있는 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2차전지 장비 사업에 보다 집중한다. 김우석 ㈜한화 재무실장은 “2차전지 장비 등의 사업을 하는 한화모멘텀은 과거와 같이 건설·글로벌 부문과 자원을 나누지 않고 독립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화 건설부문에 있던 해상풍력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이 가지고 간다. 김 부회장의 주도로 지난해 한화그룹의 품에 안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해상풍력 관련 선박 건조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비슷한 사업군을 통합함으로써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향후 풍력사업 개발 외 해상풍력 설치선, 하부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의 제작·운송·설치·유지보수 등 해상풍력 토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EPC 기술, 계열사에서 개발 중인 수전해·수소저장 기술 등을 접목해 수소·암모니아 생산-저장-이송 관련 해양제품을 개발해 ‘해양신기술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한다.
기존 모멘텀부문이 가지고 있던 태양광 장비 사업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으로 넘긴다. 태양광 사업 역시 김 부회장이 주력해 왔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장비 사업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 유출 방지와 국제 무역 갈등 등 외부적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그룹 내 혼재돼있던 태양광 사업을 한화솔루션에 모음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태양광 사업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결의한 사업양도 및 물적분할 안건은 다음달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7월 초 완료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지속적인 사업재편으로 사업 효율성과 시너지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앞서 3개 회사로 분산돼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고, ㈜한화 모멘텀 부문의 로봇 사업부를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