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기관 크레딧 출자 ‘만지작’…“대체투자 다변화 포석”

[헤럴드경제=노아름·심아란 기자] 국내 '큰 손' 기관투자자로(LP)로 손꼽히는 연기금·공제회가 올해 사모대출펀드(PDF) 출자사업을 추진할지 검토 중이다. 국내 사모투자(PEF) 운용사가 크레딧 시장에 속속 진입해 운용사(GP) 면면이 다양해진데다가,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되며 기업의 대출자금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하는 까닭에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사학연금·우정사업본부는 PDF 출자기조를 올해에도 유지하고, 군인공제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PDF 출자사업을 진행할지 여부와 규모를 검토 중이다.

이외에 중소기업중앙회(노란우산공제회)·경찰공제회가 올해 새롭게 PDF 출자사업을 시작할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가운데, 행정공제회는 기존에 해왔던 해외 재간접펀드 출자 이외에 국내 운용사에 직접 출자할지 여부를 마지막까지 고심 중이다.

PDF는 대출형 사모펀드·사모부채펀드·사모신용펀드(PCF) 등으로 혼용해 지칭되고 있다. 국내서는 2021년 10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PEF 운용사 등 일반·기관전용 운용사 또한 대출형 펀드 조성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에게만 문호가 개방됐던 분야다.

법적 제약이 사라지자 대형 PEF 운용사를 필두로 각 하우스는 크레딧 부문 혹은 별도 법인을 신설한 상황이다.

IMM PE의 IMM크레딧앤솔루션(ICS), VIG파트너스의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 글랜우드PE의 글랜우드크레딧, 어펄마캐피탈의 어펄마크레딧솔루션즈코리아(어펄마CS)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특수한 상황에 놓인 기업에 자금을 투입했던 기존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운용사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베인캐피탈 등 또한 넓은 의미에서 PDF 운용사에 포함시킨다.

PDF의 유형은 비교적 다양해 각 운용사는 전략에 따라 다채로운 투자기법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PDF는 직접대출(Direct Lending)·부실채권(Distressed Debt)·메자닌(Mezzanine)·특수상황펀드(Special Situations)·벤처채권(Venture Debt) 등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국내 운용사의 경우 하방이 막혀있어 안정적인 투자전략으로 손꼽히는 메자닌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서치 전문기관 프레킨 및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PDF 비중은 메자닌(37%)이 가장 높았고 직접대출(35%)과 특수상황펀드(23%)가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운용사 면면이 다양해지고 투자기법 또한 다변화되자 국내 연기금·공제회 또한 일찌감치 PDF에 출자하며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이 대체투자(기업금융·인프라·부동산) 자산으로 구성된 교직원공제회는 PDF 출자 규모 또한 상당하다. 지난해 교직원공제회 PDF 출자 규모는 1조7575억원에 달해 같은 기간 PEF 출자 규모(3조3000억원)의 과반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외 수시·정기출자가 포함된 수치다.

채권·주식 비중이 상당한 사학연금은 올해 지난해보다 1.2%포인트(p) 높은 전체 자산의 26%를 대체투자 자산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사학연금은 수시·정시 출자사업을 통해 5430억원 상당을 PEF 출자금으로 집행했으며, 같은 기간 PDF에는 약 129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에는 중장기 자산배분계획상 비중에 맞춰 PDF 출자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PDF 출자 동향을 살피는 곳으로 노란우산공제회와 경찰공제회가 꼽힌다.

노란우산공제회는 지난해 대체투자 비중이 26.5% 정도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약 3%p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에쿼티 투자는 물론 부동산 선순위 대출, 국내 선순위 인수금융 블라인드 펀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올해는 금리 추이에 따른 투자 안정성 측면에서 PDF 출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경찰공제회는 지난해 전체 운용 자산 가운데 대체투자 비중은 60%를 기록 중이다. 해외 펀드 중심으로 에쿼티 투자를 진행해 왔으며 대체투자 비중은 올해도 작년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 현황과 거시경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외 PDF 출자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지난해 대체투자 비중이 78%로 상대적으로 높은 행정공제회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올해 행정공제회는 대체투자 익스포저를 감안해 자산 배분 비중을 2%p가량 하향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동안 행정공제회는 해외 블라인드 펀드에 대한 재간접 투자에 주력해 왔다. 국내 블라인드 펀드나 프로젝트 펀드에 대한 에쿼티 투자에 나선 사례는 드물다.

물론 지난해부터 행정공제회가 PDF 출자를 차츰 확대하는 자산 배분 기조는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에 PDF 관련 투자가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출자에 우호적인 투자 정책을 구축했다.

한편 행정공제회를 비롯해 국내 기관출자자(LP)의 PDF 관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면서 유동성 공급이 막힌 자금수요자가 PDF 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목표수익률 확보가 관건인 LP로서도 소수지분·메자닌·대출 등 다양한 투자방식을 활용해 중위험·중수익을 안겨주는 PDF 운용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해외와 비교해 아직 성장 초기단계인 국내 PDF는 손실관리를 위해 커버넌트 강화 등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이 확대되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그동안 공제회의 PDF 출자는 해외 자산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지만 국내로 넓힐 여건 또한 조성되고 있다. 국내에 PDF에 주력하는 운용사가 속속 증가하고 있으며 펀딩과 투자와 투자금회수(엑시트)까지 모든 라운드를 경험한 곳도 등장했다.

올해 1월 VAC는 마이리얼트립 투자 1년 6개월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해당 투자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품이 활용돼 투자자에 원금 보호장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상승 잠재력(업사이드)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앞으로도 기업에 자금 솔루션을 제공하고 투자자에 적절한 수익률을 안겨주는 크레딧 거래(딜)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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