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주도권 강화…SK하이닉스, 인디애나 5.2조 투자 [글로벌 공급망 주도 K-첨단산업]

SK하이닉스가 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위치한 퍼듀대에서 투자협약식을 열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멍 치앙(왼쪽부터) 퍼듀대 총장,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최우진 SK하이닉스 부사장,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아룬 벤카타라만 미국 상무부 차관보,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장관, 미치 대니얼스 퍼듀 연구재단 이사장. [토드 영 상원의원 페이스북]

“SK하이닉스는 곧 미국에서 유명 기업이 될 것 입니다”(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에 5조2000억원을 투자해 자사 첫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지역 내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협력해 반도체 연구개발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 공장 유치에 성공한 인디애나주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관련기사 8면

SK하이닉스는 3일(현지시간) 웨스트라피엣에 위치한 퍼듀대에서 투자협약식을 열고, 총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유정준 SK그룹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최우진 SK하이닉스 부사장(P&T 담당) 등 경영진이 참석했다.

▶SK의 첫 미국 반도체 공장…“2028년 하반기 HBM 양산 시작”=이로써 그동안 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첫 반도체 공장이 인디애나주에 들어서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연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공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곽노정 사장은 “반도체 업계 최초로 AI용 어드밴스드(첨단) 패키징 생산시설을 미국에 건설하게 돼 기쁘다. 이번 투자를 통해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Customized) 메모리 제품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디애나주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한편 퍼듀 연구재단, 지역 비영리단체 및 자선단체의 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연구개발에 나서게 된 멍 치앙 퍼듀대 총장은 “이번 투자는 인디애나주와 퍼듀대가 가진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미국 내 디지털 공급망을 완성하는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왜 인디애나? “풍부한 인프라, 퍼듀대가 결정적”=앞서 SK하이닉스의 공장 후보지로 인디애나주와 함께 애리조나주가 거론됐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검토 끝에 인디애나주를 최종 낙점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가 풍부한 데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가 있다는 점이 SK하이닉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퍼듀대는 미국 최초의 반도체 학위 프로그램을 시작한 곳이다. 앞서 1억 달러(약 135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 확장에 나서는 등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현지에서는 SK하이닉스가 퍼듀대를 통해 숙련된 엔지니어 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디애나주도 그동안 SK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왔다. 이날 투자협약식에도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토드 영 상원의원,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장관, 에린 이스터 웨스트라피엣 시장 등이 참석해 SK하이닉스의 투자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이른바 ‘칩스법(Chips Act)’을 공동 발의한 토드 영 상원의원은 “SK하이닉스가 우리의 첨단기술 미래 구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밖에 백악관에서는 아라티 프라바카 과학기술정책실장이, 미국 상부무를 대표해 아룬 벤카타라만 차관보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SK하이닉스의 미국 ‘입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 정부에서는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와 김정한 주시카고 총영사가 참석했다.

▶‘HBM 1위’ SK, 미 현지생산으로 AI 반도체 공급 탄력=SK하이닉스는 최근 AI 서비스 열풍 속에 수요가 급증한 HBM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후공정) 분야 기술 연구가 활발한 미국 진출을 결심하고 최적의 부지를 물색해 왔다. 미국에 AI 분야 빅테크 기업 고객들이 몰려 있는 점도 SK하이닉스가 미국 공장 건설을 서두르게 된 요인이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대만 TSMC 역시 애리조나주에 2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SK하이닉스가 한국에서 생산한 HBM을 넘겨 받아 대만에서 최종 조립해왔다. 향후 SK하이닉스와 TSMC가 미국 현지 생산을 본격화하면 엔비디아는 ‘미국산 AI 반도체’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북미 AI 반도체 생태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디애나주에 건설하는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보조금 이미 신청…수령 시기·금액에 촉각=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정부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사례를 보면 SK하이닉스가 보조금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안팎에서 투자의향서를 낸 600개 기업의 보조금 희망 금액이 총 700억 달러(93조2400억원)가 넘는다”며 “관심을 표명한 기업 중 상당수는 자금을 지원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냉혹한 현실”이라고 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국내 투자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0조원을 투자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3월에 첫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7년 초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실증, 평가 등을 지원하는 ‘미니팹(300㎜ 웨이퍼 공정장비를 갖춘 연구시설)’도 건설할 계획이다. 김현일·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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