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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이 코리아헤럴드 주최의 국내 최고의 CEO 네트워크 ‘5기 글로벌비즈니스포럼(GBF)’에서 ‘지속가능한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튜디오 담다 |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사람에게 불가능한 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이고요. 두번째는 스님 머리에 빗을 세우는 일 입니다. 그리고 음…. 나머지는요. 65세 된 남자가 사모님께 존경받는 일일 것입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세빛섬 애니버셔리룸.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청중들이 까르르 웃는다. 특히 일부 남성 청중은 박수를 계속 치며 크게 공감한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날 코리아헤럴드는 애니버셔리룸에서 국내 최고의 CEO 네트워크인 ‘5기 글로벌비즈니스포럼(GBF)’을 개최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기업 대표들을 향해 CEO의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삼성비서실 출신으로 창업과 도전의 내공을 쌓으며 이를 통해 터득한 ‘앞선 경영’을 전파하는 이로 유명하다. 그는 일찌감치 ‘세상을 바꿀’ 쇼핑몰의 위력을 감지하고 삼성을 떠났고, 지난 2000년 한국인터넷 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인터넷 쇼핑시대를 견인한 인물로도 이름 나 있다. 그런 이 회장의 ‘지속가능한 기업가정신’ 메시지 하나 하나에 청중들은 귀를 기울였다.
이날 포럼에는 최진영 헤럴드 대표 및 GBF 원우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최진영 헤럴드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보화시대를 거친 AI시대, 무한 지식확장 시대에 있어서 CEO들에게 최고의 경영 혜안을 제시해줄 분이 바로 이금룡 회장님이며 어렵게 모셨다”며 “오늘 강연에서 대단한 경영 인사이트를 불어 넣어주실 것인데, 경청하고 습득하면 여러분들도 최고의 경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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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F 5기 원우들이 이금룡 회장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튜디오 담다 |
이 회장은 CEO의 덕목으로 무엇보다 변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정보화를 대표하는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엘빈 토플러)에 이어 지식의 무한 확장과 인공지능(AI)을 상징하는 제4의 물결 앞에 CEO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 볼줄 아는 능력’에 대해선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 대한 스토리를 꺼내며 그 중요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병철 회장님은 몸소 삼성 신입사원 면접을 본 것으로 유명합니다. 신입사원 면접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어느날, 누가 건의했대요. ‘회장님, 힘드실텐데 이젠 신입공채 면접 직접 보시지 말고 저희들에게 맡겨주세요’. 그랬더니 이 회장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당신들이 면접 보면 당신들만큼 임원까지 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순 있을거야. 하지만 내가 뽑으면 당신들을 뛰어넘는 사장(감)을 우리 회사로 끌어들일 수 있어’. 그 뒤로 회장이 직접 챙기는 면접 관련 얘기는 쑥 들어갔습니다. 인재를 바라보는 눈, 인재를 선택하는 눈, 최고경영자 깜량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눈. 그것이 그룹 미래를 좌지우지한다는 이 회장의 철학은 지금의 잣대로 보더라도 정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금룡 회장이 덧붙여 소개한 이와 관련한 일화는 또 있다. 이병철 창업주는 면접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동그라미(○), 세모(△), 엑스(X)로 구분해 인사팀에 내려보냈다. 동그라미면 무조건 채용하고, 세모면 뽑아도 되고 안뽑아도 되니 인사팀에서 알아서 하라는 뜻이고, 엑스는 천하의 누가 청탁을 해도 절대 채용하면 안되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그 불문율이 오늘날 삼성을 만든 하나의 원동력이 아니겠느냐고 그는 설명했다.
이 회장은 “CEO 일은 (미래)방향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걸 직원들에게 심어주고 따라오게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직원”이라며 “그래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CEO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이병철 창업주는 이런 점에서 시대를 앞서간 경영자”라고 했다.
그는 제3의 물결에 이은 제4의 물결 시대의 최고경영자는 두가지 덕목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가 아이디어, 둘째가 감성이라고 했다. 집단지성을 유도해 직원들 총합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이와 같은 공감을 극대화한 감성으로 견인하는 것이 미래 기업의 생존 열쇠라고 했다.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디어 경영자를 현대 정주영 창업주라고 생각합니다. 단연코 코리아 넘버 원(No 1) 아이디어 경영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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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색소포니스트인 강기만 교수가 이날 GBF 강연에 우정출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강 교수는 대중적인 색채를 표방하는 색소폰 연주자로 팬덤을 갖고 있는 유명한 인물이다. 사진제공=스튜디오 담다 |
그가 꺼낸 일화는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 당선자와 관련한 일이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국을 찾기로 했고, 유엔(UN) 사절단과 함께 부산 유엔군 묘지를 참배키로 했다. 미군 측은 당황했다. 왜냐하면 한겨울이던 유엔군 묘지 언덕은 황량하기 그지 없었으며, 언뜻 보기에도 초라해 아이젠하워 대통령 등이 와서 본다면 실망할 것이고, 불호령이 떨어질게 명약관화였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미군 측은 정주영 창업주에 긴급 도움요청 콜(call)을 했다. 참배일이 겨우 닷새 남았는데 멋지게 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정 회장으로서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지만, 일단 오케이했다. 물론 향후 다른 사업 수주에 대한 (지원)언질을 받아놓은 후 말이다. 천하의 정주영이라고 해도 머릿속이 캄캄했다. 밤새 뒤척이며 묘안을 짰고 고민 또 고민했다. 그러다가 어린시절 고향에서 본 청보리밭 풍경이 머리를 스쳤다. 아 그래, 그거구나. 정 회장은 곧장 트럭 30대를 동원, 부산 인근 농촌으로 달려가 파랗게 싹을 틔운 청보리를 떠다가 유엔군 묘지에 옮겨 심었다. 임시방편이었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유엔사절단은 그렇게 파랗게 물든 유엔군 묘지를 보게 됐고,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고 한다. 이후 곳곳의 미군 관련 사업을 정 회장 측이 도맡게 됐고, 오늘날 현대의 기틀을 다진 계기가 됐다.
이금룡 회장은 “아이디어는 정말 절박한 상태에서 나옵니다. 절박하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안나와요. 그런 점에서 정주영 창업주는 우리 재계 최고의 아이디맨이라고 할 수 있죠. 그걸 우리시대 CEO들이 배워야 합니다.”
그는 CEO들에게 마지막 간곡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절대 꿈을 작게 갖지 마세요. ‘아, 나는 이정도만 만족하고 살겠다. 그냥 조그만 업체 하면 만족이다’ 등 이런 생각을 가지면 망합니다. 절대로 현상 유지할수도 없어요. 무조건 글로벌, 글로벌, 세계로, 세계로 가야 합니다. ‘나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죽어라고 CEO 길을 가세요. 혹시 그렇게 가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꿈을 크게 가져야 기업도 잘되고 여러분도 잘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CEO들이여, 무조건 꿈을 크고 원대하게 가지십시오.”
이날 GBF 모임에선 강기만 색소포니스트가 우정 출연하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면서 감동와 공감의 포럼 열기를 연출했다. 색소폰랜드의 대표이자 호주기독교대학 교수인 강기만 교수는 국내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로 팬덤을 갖고 있는 유명한 인물이다. 대한민국 색소폰경연대회 심사위원장 등을 맡으며 대중적인 색소폰 문화를 전파 중이다.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