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에 첫 반도체 공장을 짓는 가운데,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어느정도 받을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2021년 투자 계획 발표 후 아직까지 보조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특히 이미 예상보다 많은 기업들이 예산의 2배에 달하는 보조금을 신청한 상황이어서 향후 SK하이닉스가 받을 수 있는 규모는 크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2년 반 걸렸는데…남은 보조금 예산도 변수=SK하이닉스는 이번 첨단 후공정 생산 기지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미국 정부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금액은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원)다. 2028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제정하고,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기업들에게 5년 간 527억달러(약 7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먼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사례를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받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170억달러(약 22조원)을 투자해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현재까지 아직 보조금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건설 비용 증가와 함께 추가 투자 계획 등이 더해지며 치열한 물밑 협상이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달 중순 삼성전자에 대한 반도체 생산 보조금 규모를 발표할 전망이다. 부지 선정 후 보조금 수령까지 2년 6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셈이다.
미국 정부가 마련한 칩스법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반도체 보조금 527억 달러 중 85억달러(대출 지원 110억 달러는 별도)를 인텔이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60억달러, TSMC는 50억달러를 지원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3개사가 총 195억달러, 예산의 약 37%를 차지할 전망이다.
앞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미국 안팎에서 가장 큰 기업부터 가장 작은 기업까지 600개 이상의 투자의향서를 받았다”며 “이들 기업이 신청한 보조금 희망 금액 총액이 700억달러(93조24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첨단 패키징 사활 건 美 정부…보조금 경쟁서 유리한 점도=다만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패키징 경쟁력 강화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어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서 다소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짓는 공장은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반도체 패키징 산업 활성화를 위한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공식 시작했다. 2030년까지 다수의 반도체 대량 패키징 시설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전세계 패키징 생산능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38%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반도체 미세화 공정이 한계에 다다르며 후공정 분야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AI 반도체 등 저전력·고성능 칩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단일 칩 여러개를 어떻게 쌓고 묶는지에 따라 성능과 효율, 용량 개선이 좌우된다. SK하이닉스가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도 첨단 패키징이 필수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