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 표결 결과 확인하는 이스라엘 대표. [연합]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유엔 인권이사회는 5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에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과 독일은 반대했지만 일부 유럽 국가는 찬성하는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전체 표 47표 가운데 28표가 찬성으로 나왔다.
AP,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인권이사회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제55차 인권이사회에서 이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8표, 반대 6표, 기권 13표로 통과시켰다.
미국, 독일 등이 반대하고 일부 유럽 국가는 찬성하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결의안이 채택되자 몇몇 국가 대표는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결의는 미국이 대외적으로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한편으론 이스라엘에 무기를 대는 이중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채택됐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한 횟수만 100여건을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F-15 전투기 50대와 대규모 정밀유도탄을 판매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이달 1일 가자지구에서 국제 구호단체의 트럭을 이스라엘이 오폭해 요원 7명이 사망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커지는 터여서 채택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는 내용도 담겼다.
메이라브 예일론 샤하르 주제네바 이스라엘대표부 대사는 표결에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 국민을 버린 지는 오래"라며 "인권이사회는 오랫동안 하마스를 옹호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늘 여러분 앞에 놓인 결의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없는 반면 하마스는 무고한 이스라엘인을 살해하고 고문할 모든 권리가 있다"며 "찬성표는 하마스를 위한 표"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규탄과 그 행위의 테러적인 성격에 관한 언급이 빠졌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다만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셸 테일러 주제네바 미국대표부 대사는 "미국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지 않고, 구호 요원이 안전하게 필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에 군사 작전과 인도주의 작전의 충돌을 완화할 것을 거듭 촉구해왔다"며 "그것은 이뤄지지 않았고, 불과 6개월 만에 현대의 그 어떤 전쟁보다 더 많은 구호 요원이 이번 분쟁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2006년 설립된 유엔 인권이사회는 안전보장이사회(SC), 경제사회이사회(ECOSO)와 더불어 유엔의 3대 핵심 이사회로 꼽힌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인권 관련 국제사회의 안건을 승인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그 비중이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설립 직후부터 가장 최근인 2020∼2022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이사국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