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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제7차 회의 시작에 앞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대통령실과 의료계가 총선을 앞두고 일정부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단체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긍정적’이라 호응했고,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측도 ‘의미있는 만남’이라 평가했다. 문제는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초강경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전공의 측이다. 전공의 내부에선 전공의 대표가 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해 ‘박단 탄핵’ 주장도 나온다. 일부 전공의들은 정부로부터 ‘항복 선언’을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의협 비대위 모두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을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놨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면담에 대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 역시 전날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을 ‘의미있는 만남’이라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의정 대화가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협 비대위는 대통령과 박 위원장 만남은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평가한다”는 공식 반응을 냈다. 양측 만남이 성과 없이 끝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높아진 데다 박 위원장에 대한 의사 사회 내부 비판도 일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4일 회동 이후 박 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는 글을 올리면서 의료계 안팎으로는 사실상 대화가 결렬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회동에 대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한 정부와 달리, 의사 사회에서는 대통령과 회동한 박 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성명서가 돌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강경파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항복 선언을 받아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어진 것이다. 이들은 ‘백두대간 전공의’로 불리며, “대통령이 ‘백기’를 들 때까지 ‘내버려두라’, ‘대화’ 시도자는 ‘간첩’이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비대위는 교수 단체, 전공의, 의대생과 ‘공동대응 전선’을 꾸리겠다고도 했다. 이번 주 내로 의협 비대위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함으로써 정부와의 소통을 일원화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저희가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제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곳에 모여서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교착 상태로 여겨졌던 의정 갈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환자들도 의료공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신촌 세브란스병원 암 병동을 찾은 A씨는 “환자들은 하루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로 양보하는 모습이 이전보다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손바닥이 부딪히기만 하면 안 된다. 의견이 달라도 잡을 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진료를 기다리던 B씨는 “그동안 무통주사 없이 아기를 낳게 될까봐 걱정이 컸다”며 “지금 대화하는 분위기가 역행하는 최악의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빨리 타협해서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고통이 줄어야한다”고 했다. 위암 환자를 둔 보호자 C씨는 “입 꾹 다물고 있던 상황은 벗어난 것 같아 다행스럽다”면서도 “환자들에게 와닿을 만한 변화는 아직까지 없어서 마음 편하진 않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