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젊은 유권자=민주당, 나이 든 유권자=공화당 지지’라는 전통적인 미국의 정치 세대구조가 이번 선거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난에 허덕이는 MZ 세대에게 인기를 얻는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년층에서 지지율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에 대한 각 세대의 지지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선거 구조의 대규모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턴트가 공동으로 진행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합주의 18~34 유권자의 4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바이든 대통령(40%)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대선을 앞두고 2020년보다 30세 미만에서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주택비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강타하면서 자산이 적은 젊은 세대가 현직자에게 비난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업체 NPR과 PBS가 진행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MZ 세대에 걸쳐 바이든 전 대통령을 2%포인트 앞선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45세 이상의 유권자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7% 포인트 앞섰다.
폴리티코는 전통적인 지지 구조와 다른 최근의 여론조사가 크게 바뀐 여론조사 환경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 매체와 학술기관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전통적인 유선 전화 여론조사는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정확히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정치참여에 대한 초당파 연구기관인 서클의 애비 키에사 부소장은 “젊은 유권자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더라도 여론조사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젊은 유권자에 특화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년 전만 못하다. 선거 분석 사이트 스플릿 티켓이 최근 젊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 인터뷰를 이용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5%로 트럼프(25%)와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23%)를 앞섰지만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20%포인트 이상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반면 노년층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말에 실시된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유권자는 바이든 전 대통령(51%)을 트럼프 전 대통령(42%)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퀴니피악 대학의 여론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8% 포인트 앞섰는데 이는 공화당이 노년층에서 우세를 보였던 최근 선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이 노년층에서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는 입장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2020년에 수행된 미국 인구 조사에 따르면 25세 미만의 유권자의 48%가 2020년 대선에 참여한 반면, 65~74세 유권자는 73%가 투표했고 75세 이상은 70%가 투표장에 나가는 등 노년층의 투표 참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다만 연령을 따라 크게 변화하는 정치 구도의 모습은 연령 자체보다 인종이나 계층 등에 따른 영향이 더 커진 결과일 수 있다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보다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백인 유권자는 다른 인종 집단보다 나이가 많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