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이혼한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나눠 받으려면 가출, 별거 등 기간을 제외한 실질적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적으로는 혼인 관계가 수십년 지속됐더라도 사실혼 관계가 아니었다면 혼인 기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최근 노령연금 수급자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분할연금 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 A씨와 B씨는 1992년 혼인했으나 3년 이후 별거를 시작했으며 2013년께 협의이혼했다. A씨가 2022년부터 노령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하자, B씨는 국민연금공단에 노령연금 분할연급 지급을 청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법률상 혼인기간이었던 1992년부터 2013년까지를 혼인기간으로 보고 월 18만 8650원의 노령연금을 분할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노령연금 분할금은 혼인 기간을 연금 납입 기간으로 나눈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A씨는 B씨와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었던 시기의 기간을 혼인 기간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이혼한 배우자가 상대의 노령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혼인기간 산정 기준을 정한 국민연금 시행령 상에 가출, 별거 등 기간을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어 법적 혼인이 종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봤다. 시행령에 따르면 혼인 기간에서 제외할 수 있는 사유는 ▷민법 상 실종기간 ▷주민등록법 상 거주불명 기간 ▷당사자 간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합의한 기간 ▷법원 재판 등으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 기간이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 시행령에 제시된 사유는 ‘예시’일 뿐 4가지 경우 외에도 실질적 혼인 기간에서 제외해야 하는 사유가 존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혼인 이후 (다른 지역에) 전입 신고를 한 점, 원고 명의 계좌에서 B씨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내역을 찾기 어려운 점과 B씨의 진술 내용 등을 고려하면 원고와 B씨는 별거한 이래 어떠한 왕래도 없이 지낸 것으로 보인다”며 “별거 시점 이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원고와 B 사이 법률상 혼인기간 내내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했음을 전제로 이루어진 처분은 위법하다”며 “일부 취소 판결을 할 수도 있지만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분할연금액을 산출할 수 없어 처분 전부를 취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