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60조 투자·8조 보조금’ 앞세워…인텔 안방서 고객사 수주 확대 노린다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왼쪽).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내부 모습(오른쪽)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내주 미국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미국 기업인 인텔을 제치고 최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 반도체 시장 확대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경쟁이 강화되면서, 삼성은 고객사들이 몰려있는 미국 내 투자 확대로 수주 확대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삼성, 2.5배 이상 투자 늘린다”…美 보조금 8조원+a 가능할까=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주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이를 위해 관련 임원들이 이번주에 대거 미국 출장 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날 미국 정부도 삼성전자에 대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생산 보조금 규모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기존 보다 2.5배 이상의 투자 계획을 내놓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에 투입할 자금을 440억달러(약 59조5000억원)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발표한 기존 170억달러(약 23조원)에서 2.5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추가 투자는 생산 팹과 첨단 패키징 시설에 집중된다. WSJ는 삼성전자가 200억달러(약 27조원)를 들여 두 번째 팹(생산시설)을,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투입해 첨단 패키징 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인건비 및 공사비용 상승으로 예정보다 80억달러가 더 소요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인텔 보다 더 많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앞서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60억달러(약 8조원)의 생산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칩스법은 전체 프로젝트 자본 지출의 최대 15%를 직접 보조금 기준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가 440억달러를 투자할 경우, 최대 66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앞선 인텔의 사례를 보면 이 이상의 보조금 지원도 가능하다.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85억 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받기로 예비 합의했다. 오하이오, 애리조나주 등에 43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전체 투자 금액의 19.5%를 직접 보조금을 지원받게 됐다. 다만, 인텔은 이를 포함해 향후 5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로, 파운드리 3사의 미국 내 투자는 모두 400억달러를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TSMC는 400억 달러(약 54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생산보조금 예산 527억 달러 중 3개사가 최소 195억 달러, 예산의 약 37%를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AI 반도체社 몰린 미국서 승기 잡겠다…원스톱 ‘턴키’가 무기=삼성전자는 이번 추가 투자로 다양한 대형 AI 반도체 고객사들을 사로잡겠다는 바침이다. 미국에는 엔비디아, 퀄컴, 구글 등을 포함한 다양한 파운드리 고객사가 있다.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고객사와 가까운 거리에서 활발하게 협의하며 맞춤형 칩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첨단 패키징 시설까지 확충한다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고객사 확보에 더욱 유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에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1위인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데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3나노 기반 양산에 성공하고 올 하반기 3나노 2세대 양산, 내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TSMC는 2나노부터 GAA 공정을 도입한다는 방침이어서, 삼성전자는 2나노가 TSMC와의 격차를 줄일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와 함께 첨단 패키징 공정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AI 메모리 경쟁력 확대도 있다.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칩을 수직으로 쌓거나 수평으로 연결하는 등 패키징 기술을 통해 성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12단 제품으로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억 7000만 달러(5조 2000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트 패키징 생산 기지를 짓기로 했다.

한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연내 완공될 예정이다. 관련해 하반기 대규모 오픈 행사가 열릴지 주목된다. 앞서 2022년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장비반입식에는 웨이저자 TSMC CE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류더인 TSMC 회장 등이 총출동했다. 삼성 테일러 공장 오픈 행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이 동반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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