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들, 주담대 비교플랫폼 은행 ‘비토’로 속속 포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비교 플랫폼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지만, 핀테크들은 해당 플랫폼을 전혀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을 플랫폼에 입점시키기 위해선 해당 모집인이 전속돼 있는 금융사의 동의가 필요한데, 은행권에서 이를 열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300건이 넘는 혁신금융 서비스가 지정됐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한 금융위원회가 규제 샌드박스를 위한 더욱 정교한 환경 구축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핀테크 A사는 자회사를 통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온오프라인(플랫폼-대출중개인) 연계주택담보대출 비교 견적 서비스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올 상반기까지 가시적으로 사업에 더 진전이 없을 시, 사업을 포기한다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사업을 준비하던 인력도 한 차례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6월 주담대 비교에 특화된 온오프라인 견적 서비스에 대해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제1금융권 은행을 기준으로 한도를 조회하고 비교 견적을 통해 소비자가 가장 유리한 조건의 대출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사업 모델이었다. 완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없는 주담대의 특성을 고려해, 플랫폼을 통해 금융기관과 연계된 대출모집인을 중개하는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플랫폼이 특정 대출모집인(혹은 법인)을 입점시키기 위해선 그 대출모집인이 위탁관계를 맺고 있는 금융회사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서비스 출시를 가로막고 있다. 이를테면 B 은행에 전속돼있는 대출모집인이 C 플랫폼에서 대출 비교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C 플랫폼이 B 은행의 검토 및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은행권은 플랫폼 동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핵심 수익경로인 주담대에서 타행과 직접적으로 금리·한도를 비교당하는 과정이 달갑지 않은 탓이다.

상황은 다른 핀테크도 마찬가지다. 해당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 받은 곳은 파운트, 뱅크몰, 베스트핀, 비바리퍼블리카 총 4사다. 4사 중 대부분이 이 서비스를 위해 금융보안원의 보안성 검토까지 통과했음에도 마지막 절차인 은행권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을 통해 강제로 은행들을 경쟁시키는 게 이번 혁신금융의 핵심인데 은행의 동의를 받으라고 하니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만 하고, 사업 환경 구축은 뒷전으로 미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플랫폼이 전혀 혁신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9년 4월 혁신금융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지정된 서비스는 누적 303건이며, 이 중 180건의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돼 운영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혁신금융서비스 300건 지정 기념행사’서 “혁신적 기술의 발전 속에서 우리 핀테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규제샌드박스 제도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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