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왜 자꾸 오를까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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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트로이온스(약 31.1g) 당 2400달러를 목전에 뒀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의 3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은 주춤해졌다. 이를 비웃듯 금값이 랠리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기, 신흥국 중앙은행의 매수세와 더불어 중국 소비자들의 자금 유입이 뒷받침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선물은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 당 2331.70달러에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 초반 한때 2372.5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장중 최고치도 갈아치웠다. 금 선물은 최근 13거래일 가운데 11차례 상승 마감하며 13% 이상 올랐다.

금값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식은 가운데서도 상승하고 있다. 금값은 통상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은 이자가 나오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때는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도 올라간다. 금리 하락 시 달러화는 점진적으로 약세 전환하고, 역(-)의 상관관계에 있는 금 수익률은 오르는 것이다.

당초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연준이 올해 3차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같은 기대감은 유효했다. 그러나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실업률이 3.8%로 전월(3.9%)보다 낮은데다 비농업 고용이 30만3000건 늘면서 시장추정치(20만건 증가)를 웃돌았다. 이후 연준 인사들은 금리 인하 신중론을 내비치면서 6월 금리 인하 기대감도 하락했다.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후에도 금값이 상승하는 배경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있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 장기화에 따라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중심으로 금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다. 인민은행 금 보유고는 지난 달 7274만 트로이온스로 증가했다. 중국 외환보유고 내 금 보유량 2022년 11월 이후 16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금리 인하에 따라 투자처를 찾고 있는 중국인들의 개인 자금이 금으로 옮겨간 영향이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금리가 인하되면서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은행 예치금이 금 투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증시와 부동산은 침체로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은데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마저 규제에 막혀 있다. 실제 중국의 금 소매 수요는 지난 1월 기준 271t(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에도 127톤을 매입하며 평균(118t)을 상회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의 상승을 보면 앞선 금리 인하 기대감 등도 있지만 중국의 실질금리 하락이 더 주요했다”며 “중국의 물가가 회복되면 실질금리가 하락하게 되면서 일차적으로 은행의 예치 자금들이 금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으로 유입하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배당이 없는 투자상품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규제 완화로 인해 1월 중순께 주택 거래량이 활발해진 만큼,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수도권 부동산으로 좀더 들어갈 확률이 높아 금의 상승 속도는 더딜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는 흐름도 한 가지 요인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은 2020년 1월 이후 순매입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도 금 매수를 설명하는 배경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는 국제정서는 안전자산인 금 수요로 이어진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금 매입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한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지만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 가격은 역사적 고점에 해당하는 2810달러(1980년도)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재 실질 금가격은 2500달러 선으로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1980년도는 중동 정세 불안과 인플레이션 및 투기적 수요 등 영향으로 실질 금값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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