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53엔 돌파…34년만의 ‘초엔저’에 일본정부 개입하나

[로이터=연합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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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자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다. 엔화 추가 약세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일본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3엔을 돌파해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151.8엔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3.5%로 집계됐다는 발표가 나오고서 급등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52.42엔으로, 전일 뉴욕장 마감가 151.79엔보다 0.636엔 상승했다.

미국 내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CPI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연준이 조기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들어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담 버튼 포렉스라이브 수석 통화 분석가는 “일본은 엔화의 추가 약세를 원하지 않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은 미국 달러 강세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엔화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 달러가 광범위하게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엔/달러 환율은 미국의 높은 금리와 일본의 낮은 금리로 ‘캐리 트레이드’ 투자가 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주요국 통화 중 가장 금리가 낮은 엔화를 조달하고, 엔화로 고금리인 달러를 구입해 이익을 노리는 것이다.

엔화 약세에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당분간 금리를 크게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도 엔화 매도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 개입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달러당 152엔을 ‘방어 라인’으로 설정, 이를 넘을 경우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힘을 얻었다. 지난 2022년에도 일본 정부가 3차례 통화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로이터는 “거래자들은 도쿄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몇 주 동안 경계해 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 엔화 약세를 두고 구두 경고를 했으나 시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지난 9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과도한 움직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며 “강도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닛케이는 스즈키 재무상의 견제 발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이라며 “지금까지와의 발언과 비교했을 때 매운맛이 부족한 것으로 (시장에) 받아들여져, 엔화 환율 시장에 대한 영향은 한정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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