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3년 더…유통가 “팍팍한 살림, 더 어려워질라” [4·10 총선]

유통업계 관련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박병국 기자]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가운데 유통산업과 관련한 각종 규제의 방향성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 폐지 등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유통산업법) 개정안 논의가 22대 국회에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 완화 정책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유통산업법을 개정해 현재 공휴일로 지정된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를 평일에 휴업할 수 있도록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차로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 기간을 놓쳤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앞으로 온라인 배송 허용과 일요일 휴일 변경이 법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상인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안인 만큼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도 해당 논란을 점화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대구시, 청주시, 서울 동대문구·서초구 등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이용해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유통산업법 개정안에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법률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례만으로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지극히 일부”라며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야당이 대기업 성장보다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플랫폼 규제 완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가맹점과 자영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나오고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마동석 배우가 알리익스프레스 광고에 출연한 모습. [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캡처]

총선을 앞두고 논의가 중단됐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개정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소수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고,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위반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정의당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규제 수위는 현 정부안보다 강하다.

플랫폼법 개정과 관련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를 견제할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플랫폼법 논의가 미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질 경우 알리와 테무를 동일하게 규제할 수 없어 국내 업계의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유통연구소장은 “현재 논의 중인 플랫폼법의 가장 큰 문제는 목적과 대상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위축된 유통업계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플랫폼법의 틈새에 있는 중국 이커머스와 무관하게 국내 기업이 유탄을 맞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이커머스의 성장세로 국내 유통업계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제조 및 도·소매 중소기업 32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직구로 인한 피해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7%가 중국 직구 증가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중국 이커머스업계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그외에는 마땅한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유통업계의 닫힌 성장판을 열기 위해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동일 한국유통학회장은 “해외 이커머스의 유입으로 유통 생태계가 넓어진 상황에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의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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