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의원 8명 ‘중재자’ 될까…의사들, 여권 참패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더불어민주연합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건강보험 100% ‘비급여 없는 병원’ 도입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8명 탄생하면서, 이들이 강대강으로 치닫은 의정 갈등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료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4·10 총선 개표 결과 의사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은 범여권과 범야권에서 각각 4명 나왔다. 여권에선 서명옥·안철수(국민의힘), 인요한·한지아(국민의미래) 후보가, 범야권에선 차지호(더불어민주당) 김윤(더불어민주연합) 김선민(조국혁신당) 이주영(개혁신당) 후보가 의사 가운을 벗고 금배지를 달게 됐다. 지난 21대 국회 때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용빈·신현영 의원 등 2명뿐이었으나 8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는 의료계 인사들 모두 국내 의료 시스템의 개편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향후 국회에 중재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의 의료개혁 강력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의사들은 “급한 건 막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료계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추진을 꼽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 몰락이 의사들에게 호재로만 해석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그동안 2000명 증원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의대 증원 자체는 찬성하고 있다. 의사들이 요구하는 ‘1년 증원 유예 후 결정’ 등에도 우호적이지 않다.

의사들에게 달갑지 않은 법안들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법안과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간호법 개정을 추진한 것도 민주당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야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것 역시 의사들에겐 불편한 점이다. 김 교수는 꾸준히 의사 수 확대 필요성을 역설해 왔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정책에도 찬성한다. 이 때문에 의사들의 강한 반발을 산 그는 공공의 적으로 여겨진다.

더군다나 보건의료노조 등 야당의 지지 기반을 이루는 노동·시민단체도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의사들로서는 보수 여당과 ‘척 지는 것’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셈법’이 작용해 의사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 출구조사에서 여당 참패를 예측하는 결과가 나온 직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총선 전 여당에 대한 ‘심판’을 역설했던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전날 새벽 1시께 별다른 설명 없이 SNS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고 남겼다. 노환규 전 회장도 전날 오전 “의사들을 괴롭히던 정당이 참패했음에도 의사들의 마음이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며 “외면하거나 또는 바꾸거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서 중재하더라도 현재 의료계의 혼란에 비춰볼 때 당장 대화가 진전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의협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임 차기 회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통일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