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페르디난트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물가 상승에 따른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를 잡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자칫하면 인플레이션이 재반등할 수 있다는, 이른바 라스트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전 최종구간) 우려에서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3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전망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특히 나쁜 시기에 있다”며 “수개월 동안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다가 경제에 대해 더 나은 점수를 얻기 시작한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바이든 행정부에서 15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음에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은 올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장 큰 정치적 약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노동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 이는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2%를 웃돌았고, 시장 전망치 3.4%도 상회했다.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 역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2%, 2.1% 상승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중고차 가격은 0.7% 하락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3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해 2월과 같았지만 시장 예상치(3.7%)는 상회했다.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낮아졌다. 연준이 올해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을 2회로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물가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비용을 억제한 자신의 입법 성과와 행정 조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가정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며 “나의 의제는 처방약, 의료비, 학자금 대출, ‘숨겨진’ 수수료에 대한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치솟는 물가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비용 절감 계획은 결실을 맺기까지 몇 달이 걸릴 것이며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 속도를 늦추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식료품 소매업체와 다른 회사들에게 높은 수익을 이유로 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들에게 이런 조치를 취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바이든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스테파니 슈탄체바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부정적인 감정을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인플레는 분명히 부정적인 감정을 자아내지만, 국가나 경제에 대한 나쁜 감정은 그들로 하여금 인플레에 대해 더욱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만들 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