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검사 마틴 에스트라다는 11일(현지시간) 미즈하라가 자신의 스포츠 도박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천600만 달러(약 219억 원) 이상을 절취했고,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을 했다며 미즈하라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에스트라다 검사는 오타니가 통역사 미즈하라의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에스트라다 검사는 오타니가 지난 4월 3일 수사당국과 가진 면담에서 미즈하라의 송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21일 미즈하라가 서울을 떠나 LA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동의를 얻어 휴대폰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즈하라와 오타니의 휴대폰을 전수조사한 결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주고받은 약 9700통의 이메일과 40여페이지에 달하는 문자메시지에서 스포츠 도박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오타니가 스마트폰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도 없었다”고 밝혔다.
에스스트라다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오타니는 피해자다”라며 ”조사 결과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신뢰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오타니의 재정에 대한 특별한 접근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은행 계좌를 약탈하여 불법 스포츠 베팅에 대한 자신의 만족할 줄 모르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 신뢰 관계를 이용하고 남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검찰과 면담한 그날 저녁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기록했다.
미즈하라는 12일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있는 연방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미즈하라의 혐의인 은행 사기죄의 최대 형량은 징역 30년이지만, 혐의 조정협상(플리 바긴) 결과에 따라 형량은 그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검찰이 공개한 미즈하라의 진술서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2021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오타니의 예금 계좌에서 1천600만 달러 이상을 몰래 빼돌려 도박업자에게 송금했다. 당초 몰래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450만달러의 4배 가까운 규모다.
미즈하라는 2018년 오타니가 애리조나주의 한 은행 지점에서 계좌 개설을 하는 것을 도왔고 세부 개인 정보를 설정할 때도 통역을 해줬다. 오타니는 MLB에서 뛰면서 받은 급여를 이 계좌에 이체되도록 했다.
이후 미즈하라는 2021년 9월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댔고, 몇 달 뒤부터 상당한 금액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 있는 연락처 정보를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로 변경했다.
검찰이 공개한 37페이지에 달하는 기소장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도박중개업자와 1만 9천회에 걸쳐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교환했다. 검찰이 분석한 도박중개업자와의 교신내역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2021년 9월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을 시작했으며, 하루 평균 25회, 1회당 10달러(약 1500원)에서 16만 달러(약 2400만원)를 베팅했다.
그 결과 총 1억4200만 달러를 땄으나 총 1억8300만 달러를 잃어 결과적으로 4067만 8436달러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에서 딴 금액은 오타니의 계좌가 아닌 미즈하라의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LA타임스는 오타니의 에이전시인 CAA측이 미즈하라에게 회계사와 재정상담가가 오타니의 금융계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미즈하라가 ‘사적인 계좌라 안된다’고 거부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 LA타임스의 스포츠칼럼니스트 빌 플라스키는 “기소장에는 CAA 팀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적혀 있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미즈하라가 슈퍼스타를 그토록 지배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인생을 책임진 어느 누구도 그의 언어(일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라며 에이전트 네츠 발레로와 홍보담당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또 은행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오타니라고 속인 뒤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불법 도박업자에게 돈을 송금하는 것을 승인하게 했다.아울러 미즈하라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오타니의 계좌를 이용해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 등에서 야구 카드 약 1천장을 약 32만5천달러(약 4억4천500만원) 구매한 혐의도 있다.
미즈하라는 갚지 못한 도박 빚이 쌓이자 지난해 11월 19일 도박업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난 몇 년간 가상화폐에 투자해 많은 돈을 잃었고 스포츠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며 변제 금액을 합의할 방법은 없는지 묻기도 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뒤 도박업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내가 그(오타니)에게서 훔친 게 맞다. 모든 게 끝났다”고 인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즈하라의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가 발표된 뒤 이메일에서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앞서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으로 진 빚을 갚고자 오타니의 계좌에서 도박업자에게 송금한 사실이 들통나 지난달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MLB 서울시리즈 기간에 해고당했다.
불법 도박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취재 당시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직접 자신의 도박 빚을 갚아줬다고 말했다가 해고당한 후에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을 전혀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오타니는 지난달 미국 본토 개막전이 열리기 전 기자회견에서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업자에게 의도적으로 돈을 보낸 적이 없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오타니는 또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돈을 걸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대신 베팅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면서 “베팅을 위해 도박업자를 거친 적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베팅 결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미즈하라 사건은 남가주 지역에서 운영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조직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통한 수익금 세탁에 대한 당국의 광범위한 수사 중 불거져 나왔다.
검찰은 미즈하라 사건에 대중의 큰 관심이 쏠린 만큼 최대한 신속하면서도 철저하게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MLB 자체적으로도 미즈하라를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진행 상황이나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MLB 규정은 선수와 팀 직원이 야구 경기에 베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역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액인 10년간 총액 7억 달러(약 9천576억원)에 다저스와 계약하고 입단했다. (연합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