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버섯· 청양고추 등도 로열티
2023년 버섯 로열티 20억·키위 18억원 추정
최근 로얄티 ↓ 국내 신품종 점유율 ↑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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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육성연 기자] “팽이버섯도 일본에 로열티(royalty·소유권자에게 지불하는 사용료)를 낸다구요?” 30대 주부 이 모씨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흰 팽이버섯을 구입할 때마다 일본에 로열티가 지불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한국인이 즐겨찾는 흰 팽이버섯.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국내 버섯 중 해외로 수출되는 비중도 크다. ‘대중적 인기에 효자 수출품’으로만 알았던 흰 팽이버섯이 사실은 꼬박꼬박 일본에 로열티를 내고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흰 팽이버섯을 비롯해 ‘버섯’은 우리가 로열티를 많이 내는 농식품중 하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버섯의 총 로열티 지급액은 2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수치가 아닌, 예상액이다. 김성섭 농진청 농촌지원국 기술보급과 농업연구사는 “종자 로열티는 육성자(기업 포함)와 사용자 간 계약사항으로 외부로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전체 로열티 파악은 어렵다”고 했다.
로열티 문제는 비단 버섯만이 아니다. 키위도 로열티가 높은 품목이다. 지난해 키위의 총 로열티 추정액은 18억원이다.
‘우리 것’으로 믿고 있는 청양고추는 어떨까. 청양고추 역시 로얄티를 낸다. 지난 1990년대 외환위기 후 토종 종자 회사들이 외국 기업에 인수되면서 청양고추의 특허권도 넘어갔다. 현재 청양고추는 독일계 화학·제약회사 바이엘이 종자를 소유하고 있다. 우리 입맛에 맞춰 개발한 청양고추를 외국에 돈을 주고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로열티를 지불하는 흰 팽이버섯(왼쪽)과 청양고추[123RF] |
이 외에도 국내 농산물의 외래 종자 의존율은 높은 실정이다. 식량자급률도 낮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9.3%,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2.3%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우리만의 종자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로열티 없이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신품종의 개발·보급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현재는 식량주권이 국방 못지 않게 국가 경쟁력의 필수 요건이 됐다. 그야말로 ‘씨앗 전쟁’ 시대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우리나라 신품종의 국내 점유율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김성섭 농진청 농업연구사는 “국내 육성품종의 점유율은 전체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2013~2023년 사이 버섯의 국산화율은 46%에서 62.9%로 올랐으며, 딸기는 78%에서 98.4%로, 키위는 19.3%에서 29.4%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로열티 지불액도 점차 감소되고 있다. 동기간 국내 총 종자 로열티는 약 136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40% 정도가 감소된 것이다. 이는 농진청에서 개발하고 있는 품종(버섯, 딸기, 화훼 등)을 중심으로 외국품종 비율 등을 고려해 추정한 수치다. 품목별로는 51억원에 달했던 버섯의 로열티가 20억원으로, 키위는 25억원에서 18억원으로 감소됐다고 추정된다.
로열티가 큰 버섯도 순수 국내 품종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갈색 팽이버섯’이 대표적이다. 흰색 대신 황금빛을 띤 것이 특징이다. 일반 흰 팽이버섯과 비교할 때 단백질 함량이 많고 면역력을 높이는 베타글루칸은 약 1.6배 많다. 재배 기간도 20일 더 짧으며, 높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 냉방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로얄티 걱정없는 국내 신품종 갈색 팽이버섯 ‘여름향1호’ [충북농업기술원 제공] |
신품종 ‘흑타리 버섯’도 있다. 느타리버섯처럼 생겼지만 색깔이 다소 검다. 식감이 좋고 신선도가 한달 정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양송이버섯의 신품종인 ‘이담’ 또한 저장성이 뛰어나고 더운 여름철에도 재배가 가능하다.
다만 우수한 신품종이 개발돼도 소비자 구입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소비자 입맛이나 선호도를 바꾸기도 어려운 일이다.
안정구 농진청 농촌지원국 농촌지도관은 “농가의 생산 시설이 기존 품종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품종을 바꾸려면 비용부담이 커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는 “육성품종 생산단지 조성 등 분양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대형유통, 외식업체들과 협력해 수요처를 늘리고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마케팅 전략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