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 요즘은 하늘조차 올려다보기 힘든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루하루 숨쉬기에도 벅차기만 하다”
해병대 고(故) 채 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내부망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지난 11일 예하 부대에 ‘격랑에도 흔들리지 않는 해병대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제하의 지휘서신을 보냈다.
그는 서신에서 “안타까운 전우의 희생은 핵 폭풍급 파급효과와 더불어 법적 다툼으로 인해 국민적 이슈로 치솟아 올랐다”며 채 상병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소중한 전우가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입니까”라며 “고인의 부모님 당부조차 들어드리지 못한 채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원의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해병대 조직과 구성원에게는 아픔과 상처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은커녕 아직도 책임자가 규명되지 못한 점을 해병대 수장으로서 자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령관은 그러면서 “하지만 해병대 구성원 모두는 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사령관이 전우들의 방파제가 되어 태풍의 한가운데서도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해병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사령관은 채 상병이 지난해 7월 채 상병 순직한 직후만 해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관련 수사에 대한 외압 논란이 불거진 뒤로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2월 1일 박 전 단장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2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7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임성근 사단장 처벌 계획에 대해 격노한 사실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