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네가 어디에서든 사람들 속에서 살아 있다고 믿고 살아갈게. 우리 아들, 하늘나라에서 보자.”
19살. 세상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되고 싶은 나이다. 그래서 택한 게 바로 소방관이다. 다들 원하는, 편하고 안락한 삶이 아닌, 어렵고 위험한 이들에게 힘이 되는, 생명까지 지켜주는 그런 꿈을 택했다. 너무나 고귀한, 19살 청년의 선택이다.
하지만, 한순간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소방관이 돼 생명을 지켜주겠다는 꿈은 차마 못 이뤘지만, 대신 삶의 마지막 길에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1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강진식(19) 씨는 지난 3월 21일 전남대학교 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아픈 이에게도 새 희망을 전했다.
그는 지난 3월 19일 하굣길에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응급실을 향했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로 빠졌다.
이후 가족의 동의로 그는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했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 환자의 회복을 도왔다.
그는 소방관이 꿈이었다고 한다. 올해 호남대 소방행정학과에 입학한 것도 소방관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소방관을 꿈꿨던 강 씨는 평소에도 남들에게 나누길 좋아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그런 강 씨의 성품과 소방관을 꿈꿨던 삶을 감안,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그의 몸 일부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살며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길 소망한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강 씨는 전북 군산에서 3남 1녀 중 둘째였다. 학창 시절에도 편의점과 피씨방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 만큼 착실했다. 운동을 좋아해 배트민턴 동아리도 즐길 만큼 활발하고 밝은 청년으로 기억한다.
고인의 형은 “어릴 적엔 다투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러한 추억들이 더 그립네. 너의 따뜻한 얼굴이나 모습들이 너무 생각나고, 너의 밝은 모습을 닮아서 나도 행복하게 잘 지낼 테니 하늘에서 내려봐 줘”라고 동생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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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며 눈물과 함께 마지막 말을 전했다.
“아들. 세상에서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서 기증을 결정했어. 네가 어디에서든 많은 사람들 사이에 살아있으니 그렇게 믿고 살아갈게. 우리 아들 하늘나라에서 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