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배 빨라졌다” KAIST, 초고속 3차원 조명기술 개발

장무석(왼쪽) 교수와 송국호 박사과정생

디스플레이(조명) 기술에서는 고속화가 중요한 성능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화면 전환 속도가 기존의 초당 60회보다 크게 향상된 초당 120회의 고속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고속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델의 이용자 사이에서는 ‘한번 경험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고속화는 상업적인 가치도 크다고 볼 수 있다.

KAIST는 장무석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일본 홋카이도대 전자과학연구소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속의 3차원 광 패턴 조명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광 패턴 조명 기술이란 빛을 특정 패턴이나 형태로 조절해 원하는 조명 효과를 얻는 기술을 말한다, 광 패턴 조명 기술은 우리에게 친숙한 디스플레이나 빔 프로젝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나 빔 프로젝터 내부에는 원하는 이미지나 모양 등을 화소 단위로 만들어낼 수 있는 광 패턴 조명 장치인 공간 광 변조기가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광 패턴 조명 기술은 최근 주목받는 가상 현실 기술 분야의 핵심 요소 기술인 3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에도 사용되며, 산업 분야에서는 금속 가공, 연구 분야에서는 뇌 심부 이미징을 위한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 등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공간 광 변조기는 조명 패턴의 전환을 고속으로 수행하는 데 큰 한계를 겪고 있었다. 현재 시판되는 공간 광 변조기는 액정형 디스플레이 장치나 디지털 미러 장치가 있지만, 통상적인 전환 속도는 50마이크로초에서 10밀리초 수준으로 제한되며, 원리적으로 이보다 더 빠르게 만드는 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공간 자유도-시간 자유도 사이의 치환 개념을 개발하고, 이를 독자 개발한 초고속 1차원 광 변조기와 산란 매질(빛을 굴절시키는 물질)을 결합하여 구현하는 방식으로, 시판되는 공간 광 변조기보다 약 1500배 빠른 30나노초의 전환 속도를 갖는 세계 최고 속도의 3차원의 조명(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빛의 전파를 교란하는 산란 매질의 특성을 역이용해 1차원의 광 패턴을 사용자가 원하는 3차원의 패턴으로 변환하기 위해 복잡 광 파면 조작 기술을 핵심 기술로 활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세계 최고 속도의 광 패턴 조명 기술은 특정 각도에서만 볼 수 있는 기존 2차원 유사 홀로그램과 달리 실제로 3차원 공간상에 광 정보를 재구성해 입체 영상을 만드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장 교수는 “광유전학 기술에 기반한 뇌 신경 조절 기술과 같은 생체 조절 기술의 고속화·대규모화나 금속 3D 프린터 등의 광 가공 생산 효율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8일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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