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시험동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지난 12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시험동. 시험동 내 30평 규모의 시운전실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약 3m 길이의 1만호 엔진 ‘F404’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시운전실 밖의 직원이 레버(손잡이)를 올리자 굉음과 함께 엔진 뒤쪽에 붉은빛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F404가 이상 없이 작동된 것이다. 검증을 마친 F404는 공군 TA-50 훈련기에 설치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인적분할을 통해 방산, 항공·우주 분야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 구축을 발표하며 단숨에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방산과 항공·우주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 진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진작부터 공을 들여온 분야다.
지난 2022년 그룹 내 방산 계열사를 통합을 완료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짧은 시간 안에 그룹 내 존재감을 한껏 키운 것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도 무관치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기 엔진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78년부터다. 이후 1년 뒤인 1979년 국내 민간기업 사상 최초로 엔진정비 완수에 성공했다. 이후 45년 동안 전투기를 비롯해 헬기, 선박 등에 설치되는 엔진을 무려 1만대나 생산했다.
초창기에는 미국 GE와 영국 롤스로이스, 미국 P&W 등이 설계한 엔진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기 위해 1995년 엔진연구소를 설립했고 창원을 비롯해 베트남 하노이, 미국 코네티컷에 제조 인프라를 구축해 생산능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진 설계, 부품 제조를 넘어 사후 관리까지 통합 역량을 보유하게 됐다. 유도미사일엔진, 보조동력장치(APU) 등 1800대 이상의 엔진은 독자 기술로 개발 및 생산에 성공했다.
전투기 엔진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민항기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도 갖췄다. 이날 시험동에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스마트팩토리에는 민항기 부품 제작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약 1000억원을 투자해 건설된 스마트팩토리에는 대부분의 작업이 로봇을 통해 이뤄졌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방산, 항공·우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현재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엔진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F-21 보라매 전투기에 들어가는 240여대의 ‘F414’ 엔진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F414보다 성능이 뛰어난 첨단 항공엔진은 물론 6세대 전투기 엔진을 독자 기술로 개발, 2029년 150조원까지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유무인 복합 운용 등이 요구되는 6세대 전투기 엔진은 금속 소재 대비 내열성이 우수한 소재로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6개국 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구인력을 2028년까지 800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전무)은 “앞으로 생산할 차세대 엔진 1만대는 자체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