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줄숲모기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 급증하던 ‘독한 모기’ 뎅기열이 유럽에도 확산할 조짐이다. 뎅기열을 사람에게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남유럽을 중심으로 토착화하면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유럽의 겨울 기온이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 시간)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베를린에서 39건의 뎅기열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2015∼2019년 베를린에서 뎅기열 감염 사례는 연평균 18건이었던 데 비하면 불과 5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독일 보건 당국은 이들 모두 뎅기열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까지는 뎅기열 감염은 유행 지역을 여행하다가 감염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흰줄숲모기가 유럽에 사실상 정착하면서 독일 보건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독일 전역의 뎅기열 감염사례는 2019년 약 1200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2022년 375건이 보고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뎅기열은 고열과 두통·근육통을 일으키고 드물게 사망할 수도 있다. ‘아시아호랑이모기’로도 불리는 흰줄숲모기가 매개체로 악명 높다. 백신사업을 하는 빌 게이츠는 2014년 이 모기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한 지역병원 격리병동에서 뎅기열을 앓고 있는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EPA] |
흰줄숲모기는 원래 동남아 등지에 살지만 최근 십수 년간 수출입 폐타이어 등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독일 질병청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독일을 비롯한 13개국에 이 모기가 사는 것으로 파악했다.
학계에서는 기후변화로 겨울 기온이 오르면서 흰줄숲모기가 유럽에도 토착화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따뜻한 지역을 여행하지 않고도 유럽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에 물려 뎅기열에 걸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포르투갈 등지에서 이같은 사례가 보고됐다.
독일의 경우 올봄 습하고 따뜻한 날씨로 모기가 평소보다 빨리 알을 낳기 시작해 여름 모기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라이프니츠농업경관연구소의 도렌 베르너는 “모기가 보통 5월 초에야 부화하지만 올해는 3∼4주 정도 이르다”고 전했다. 라인강 인근 90개 지방자치단체는 협의체를 만들어 모기 퇴치 작전에 나서는 한편 흰줄숲모기를 발견하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