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이윤희 양의 아버지인 이동세(87)씨와 어머니 송화자(84)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윤희 양은 2006년 전북대학교 인근에서 실종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 양의 부모는 이날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딸을 잃었다"며 사건 진실 규명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연합] |
[헤럴드경제(전주)=황성철 기자] “누가 이윤희의 행방을 아시나요?”
16일 2006년 전북대학교 인근에서 실종된 이윤희(당시 29세)씨의 부모가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딸을 기다릴 기력조차 없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기에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버지 이동세(87)씨와 어머니 송화자(84)씨는 이날 ‘이윤희를 아시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기자들 앞에 섰다.
아버지 이씨는 “저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올해 제가 87살이 됐으니 막내였던 딸이 살아 있다면 그 아이도 47살이 된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어 “딸이 사라진 지 18년이 지났으니까, 할 만큼 했으니까 제가 딸 찾는 걸 포기해야 옳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이렇게 뻔뻔하게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수사는 뒷전이고 팔짱만 끼고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는 게 경찰이 할 일이냐?”고 물었다.
이씨는 이날 실종 당시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사건의 진실 규명에 언론이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씨 등에 따르면 윤희씨는 2006년 6월 6일 수의학과 종강 파티를 마치고 원룸으로 귀가한 뒤 실종됐다.
하지만 경찰은 실종 사건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은 채 윤희씨의 친구들이 원룸을 청소하는 것을 내버려 뒀다.
또 실종 일주일째인 그해 6월 13일 누군가 윤희씨의 컴퓨터에 접속했는데도 이 과정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실종 이전 윤희씨의 언니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대화했던 내용과 검색 기록 일부가 컴퓨터상에서 삭제됐는데도, 사건을 수사한 경찰로부터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서 진실을 밝히고 반드시 내 딸을 찾고야 말겠다”며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이 모든 것을 마무리해, 더는 남아있는 다른 자식들이 가슴 먹먹한 삶을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딸의 실종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불거졌을 무렵인 2019년 진실 규명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전북경찰청장과 전주덕진경찰서장을 직무 유기 혐의로 이날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사건 당시부터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가족들이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며 “18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어려움이 있겠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건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