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료마저 인상 초읽기…서민들 “힘든데 어쩌나”[물가비상]

도시가스 요금 공급비 조정을 앞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 건물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공급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천연가스 공급비 조정기준 관련 고시에 따라 매년 5월 1일 조정하게 돼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상황, 국제연료 가격, 경기 등을 고려해 인상 여부와 시기를 판단할 계획이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4·10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 그동안 억눌려 왔던 각종 공공요금이 줄지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시민들은 고물가 시대에 전기·가스 요금마저 오르면 가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구조 정상화를 위해 오는 하반기부터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다.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다음 달 1일자로 공급비 조정에 들어간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꾸준히 거론해왔지만, 관련 논의 시점은 사실상 총선 이후로 미뤄졌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총 4개 분기 연속 전기 요금을 동결해왔다. 가스요금 역시 지난해 5월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한전과 가스공사 재정난이 갈수록 악화하자 정부도 더이상 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적자가 누적돼온 탓에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가 202조원으로 불어났다.

가스공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순손실은 연결 기준 7474억원이다. 지난해 말 13조7000억원으로 증가한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손해를 일종의 ‘외상값’으로 장부에 기록해 둔 것이다.

이같은 전기·가스요금 인상 전망에 시민들은 물가 부담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전했다. 인천에 사는 오모(54) 씨는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틀지도 않았는데 지난달 (4인 가족 기준) 전기 요금으로 12만원이나 냈다”며 “작년보다 2배 넘게 나와 놀랐는데 (인상 시) 이보다 더 오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40대 직장인 이은주 씨는 “가뜩이나 외식비, 교통비 등 안 오른 게 없는 마당에 전기·가스 요금까지 오르게 되면 경제적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며 “요즘엔 절약을 생활화 한다고 해도 지출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 중인 한모(51) 씨는 “건조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비데, 오븐 등 전기·가스 잡아먹는 하마(가전제품)들이 집에 많아서 고지서 받을 때마다 긴장된다”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서민들에겐 매달 몇 만원 더 나가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부문 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 국제연료 가격,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와 시기 등을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전기요금과 관련해 “계속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할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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